[초등교 시험 부활]갈수록 학력 떨어져… 개인별 성적평가 강화

  • 입력 2005년 1월 3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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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31일 발표한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에 따라 그동안 인성 및 특기적성에 역점을 두고 있는 초등교육과 내신평가 방식이 바뀌는 중고교 교육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학교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고 교사들의 학생 평가방식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들의 부담이 늘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안 마련 배경=초중고교 학생들의 학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우려에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력 신장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중간·기말시험을 보지 않고 고교선발고사도 폐지돼 학생들의 공부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게 사실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3년 10월 말 전국 초등학교 6학년생, 중학교 3학년생, 고교 1학년생 각 1%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잘 드러난다.

초중고교생의 학업성취도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지고 중고교생 10명 중 1명은 최소 한 과목에서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택(孔貞澤)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7월 당선된 이후 “인성과 특기적성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학업능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초등시험 부활=3월 새 학기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모아 시험 대상 학년이나 횟수, 시기, 평가방식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시험 실시 여부도 학교 자율에 맡겨진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학업 성취 수준에 대해 궁금해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교에서 시험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각 지역교육청은 초등 각 학년 전 과목에 걸쳐 평가 예시문항을 개발해 관내 초등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각 학교는 이들 문제를 재구성해 시험을 출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교육청도 문제은행지원단을 구성해 올해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내년에는 중학교 시험 문제를 개발해 보급할 방침이다.

성적통지표도 학부모가 자녀의 학력을 알기 쉽도록 자세하게 나타낼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동안 초등 성적통지표가 수행평가 위주로 서술식으로 구성돼 학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알 수 없어 학원에 보내 실력을 평가해 보는 웃지 못할 일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초등 성적표 변화=시교육청은 성적 통지 방식도 각 학교가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성적 통지 방식은 과목별로 학생 개개인의 성취 수준을 서술하는 것. 국어 수학 과학 등 해당 과목의 단원별로 학생의 성취 수준을 몇 단계로 나눠 상세하게 서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교사 1명이 30∼4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평가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와 같이 과목별 시험 점수를 제시하고 교과별로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상세하게 서술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중고교 서술형·논술형 평가 확대=올해 중학 1학년과 고교 1학년의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과목의 중간 및 기말고사에는 서술형이나 논술형 평가가 30% 이상 포함된다.

서술 및 논술형 평가 대상은 2006년에는 중학 2학년 및 고교 2학년, 2007년에는 각 3학년으로 확대된다. 배점 비율도 2006년에는 40%, 2007년에는 50%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중고교 내신 평가는 ‘4지선다 및 단답형 평가+수업시간이나 과제를 통한 일반 수행평가’ 50%, 서술형·논술형 평가 50%로 구성된다.

이는 현재 실시되는 서술형 문제가 암기 지식에 대한 평가만 이뤄지고 있어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키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채점 결과는 즉시 공개되며 점수에 대한 논란을 막기 위해 이의신청 기간을 두기로 했다.

▽수준별 수업·학습부진 교육 강화=중고교 영어 수학 과목의 수준별 이동수업을 올해 40%, 2006년 50%, 2007년에는 60%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7년까지 이들 과목의 수준별 이동수업을 50%로 확대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보다 한 발 앞선 것.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수준별 학급을 늘리고 시범 교과서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학습부진 학생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중고교에서는 교과담임교사가 책임을 지고 학력을 올리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대나 사범대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유치해 학습도우미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시교육청은 당초 전체 중학교 1학년생의 10%를 표집해 진단평가를 치른 뒤 이를 수준별 이동수업과 학습부진학생 수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교원노조의 반대로 학교별 계획에 의한 자율 실시로 물러났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학생 실력향상 도움” “私교육 부추길 우려”

해마다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초학력진단평가에 참가한 학생들이 진지하게 문제를 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 방안’은 초중고교생의 학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서술형 평가 확대는 교사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기본 취지나 방향은 맞지만 현실성이 부족하고 교원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자율이란 명분으로 일선 학교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청 성적관리지침은 서술형 평가 문항은 객관성을 위해 2명의 교사가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 양재고 황용련(黃鏞練) 교무주임은 “사고력과 표현력 향상을 위해 서술형 문제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서술형 평가가 50%로 늘어날 경우 교사 업무 부담이 과중해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담임교사의 답안지 대리 작성 사건에서 보듯 학교의 내신관리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고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 반영 비중이 커져 성적 관련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박혜숙 씨(44·여)는 “서술형 문제를 늘리면 교사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성적 시비가 없도록 차라리 단순한 선택형 문제가 학부모로선 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의 정기고사 부활과 성적표 통지방법 개선에 대해 학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자녀의 성적 수준을 제대로 알 수 없어 불안한 심리에서 더 사교육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평가’를 중심으로 한 학력신장 방안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왜곡해 사교육 과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학습부진학생 담임교사 책임지도제 △사이버가정학습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등 공교육에서도 학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 박부권(朴富權·교육학과) 교수는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학업을 중시하지 않으면서 사적으로는 모두 점수 1점에 매달리는 기형적 상황”이라며 “이미 대부분 사교육을 시키고 있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초등교 학력평가 부활…성적표에 4~5단계 평가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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