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사람들]<中>‘베드타운’서 ‘文化도시’로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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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의 명물 노래하는 분수대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주민들이 일산 호수공원의 명물로 자리잡은 ‘노래하는 분수대’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휴일이면 춤추는 분수대를 보기 위해 3만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든다. 사진 제공 고양시
일산의 명물 노래하는 분수대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주민들이 일산 호수공원의 명물로 자리잡은 ‘노래하는 분수대’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휴일이면 춤추는 분수대를 보기 위해 3만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든다. 사진 제공 고양시
《토요일인 15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인근인 덕양어울림누리 내 별모래극장. 극장 앞 광장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양떼 및 공구(工具)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손을 놓고 조형물을 오르내리며 즐거워했다. 이날 가족뮤지컬 ‘하얀마음 백구’가 공연된 이 극장은 350여 개의 좌석이 빼곡히 들어차 만원사례를 이뤘다. 부모들도 아이들의 함성과 손뼉에 맞춰 함께 공연에 빠져 들었다.》

수도권 신도시에는 오페라 등 전문공연을 위한 공연장과 어린이인형극을 위한 소극장, 야외무대, 체육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덕양어울림누리의 경우 세계적 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의 공연과 어린이 합창단 발표회가 동시에 열리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이곳에선 지금까지 100여 편의 전문공연이 열렸는데 개관 3개월간 모두 9만여 명이 관람했다. 물론 어린이 합창단이나 청소년 동호회 오케스트라 공연에도 수백 명이 몰려 대중가수의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열기를 뿜어낸다.

아파트만 즐비한 신도시, 그래서 한때 ‘베드타운’이란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요즘 신도시는 다르다.

비슷한 생활 문화 수준의 주민들이 밀집해 살다 보니 문화 관련 동호회 활동이 활성화돼 있다. 또 계획도시의 특성상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어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구미동 성남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내 지하 강당. 40여 명의 여성들이 숙련된 솜씨로 만돌린을 연주하고 있다. 친숙한 팝송부터 클래식, ‘몽금포타령’과 같은 민요까지….

이들은 창단 6년째인 ‘분당 만돌린오케스트라’의 단원들. 최연소 단원 33세, 최고령 단원 63세. 한 세대를 뛰어넘어 만돌린 하나로 교감하는 이들은 매년 4, 5번의 연주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공연도 하고 있다.

3년 전부터 만돌린을 배운 이윤자 씨(60·여)는 “이웃들과 만돌린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성남예총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내 문화예술 동호회 및 단체는 모두 70여 곳에 이른다.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에선 ‘찾아가는 우리 마을 음악회’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통기타 노래모임과 사물놀이 팀, 지역 문화동호회 등이 공연단을 꾸려 아파트와 공원, 거리에서 ‘게릴라’식 공연을 한 지 4년. 문화예술단체는 공연하는 즐거움에, 시민들은 뜻밖의 문화 이벤트에 호응하면서 어느덧 음악회는 65회를 넘어섰다.

성남시와 고양시는 각각 올해 10월과 12월 복합문화예술시설인 ‘성남 문화예술의 전당’과 ‘일산 아람누리’를 추가로 개관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 만들어진 일산 호수공원 옆 ‘노래하는 분수대’도 신도시 주민들의 ‘코드’에 맞는 문화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가을 휴일이면 하루 3만여 명이 모여 경쾌한 음악과 조명에 맞춰 춤을 추는 시원한 물줄기를 감상하곤 했다. 언제 박수를 보내야 할지, 정장을 차려입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간단히 먹을거리를 싸들고 돗자리만 펴면 바로 관람석이 되는 ‘신도시형 문화공간’인 셈.

성남문화재단의 이종덕(李鍾德·70) 상임이사는 “신도시는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상당히 높은 지역이어서 인프라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충실한 문화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성남=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군포=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분당-부천 아버지 합창단, 女보란듯 ‘문화 주인공’ 각광▼

이미 30차례가 넘는 공연을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분당아버지합창단’ 단원들. 신도시에는 이들을 비롯해 10여 개의 아버지 합창단이 활동 중이다. 성남=이재명 기자

흔히들 문화동호회 활동은 주로 여성, 특히 주부들의 전유물처럼 여긴다. 하지만 신도시에선 다르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는 퇴근 후 ‘술 한잔’ 대신 노래에 푹 빠진 아버지들이 있다. 김신일 지휘자(51)가 이끄는 ‘분당아버지합창단’이 창단된 것은 2002년 7월. ‘남정네들의 동네 문화 모임이 오래가겠느냐’는 냉소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이미 30차례 넘게 공연한 중견합창단으로 자리 잡았다. 단원은 창단 당시 5명에서 60여 명으로 늘었다. 단원들은 “노래 때문에 담배를 끊고, 노래 때문에 퇴근이 즐겁고, 노래 때문에 가족 사이의 정이 두터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 ‘부천아버지합창단’의 활약도 눈부시다. 2002년 1월 창단된 이 합창단은 지난해 6월 일본 도쿄도 고마에(박江) 시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공연을 했다. 올해 6월에는 고마에 시의 혼성합창단인 ‘코러스가든’과 함께 부천에서 합동공연을 연다. 신도시들에는 이들을 포함해 10여 개의 아버지 합창단이 활동 중이다. 문화에서 소외됐던, 한편으론 ‘문화허기증’에 시달렸던 아버지들, 그들이 신도시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주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성남=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신도시 주요 공연장
구분공연장전화번호규모 및 주요 시설
분당중앙공원 야외공연장031-729-5706스탠드 500석, 잔디밭 1만1000여 명 관람 가능
할렐루야교회 공연장031-780-95003500석
성남계원예고 벽강예술관031-710-8500950석
성남 문화예술의 전당
(가칭·10월 개관 예정)
031-729-5615∼9대극장(1760석), 중극장(1121석), 소극장(419석)
일산일산구청 대강당031-900-6115300석
일산병원 대강당031-900-0017300석
노래하는 분수대031-924-5822최대 2만5000여 명 관람 가능
일산 아람누리
(12월 개관 예정)
031-960-9600한메 아람극장(오페라 전용극장·2000석), 한메 바람피리 음악당(공연장·1500석)
평촌평촌아트홀031-389-5252주공연장(638석), 안양역사관, 기획전시실(갤러리)
산본군포문화예술회관031-390-0471대공연장(1139석), 소공연장(435석)
청소년수련관 청소년극장031-390-1400200석
중동중앙공원 야외음악당032-320-2908최대 1만여 명 관람 가능
부천시청 대강당

703석
복사골 문화센터 아트홀032-326-6923626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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