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좋은車 탄다고 일 잘하나

  • 입력 2005년 1월 1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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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선비는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보통의 선비보다 더 엄격하게 자신을 대해야 한다.”

700년 전 원나라 정치가 장양호(張養浩)는 지도자의 마음가짐을 설명한 책 ‘삼사충고(三事忠告)’에서 “재상 중에 의식주가 부족해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 재물을 탐하고 쾌락을 좇아 자멸한 자는 많다”고 경고했다.

김태호(金台鎬) 경남도지사가 최근 자신의 전용차를 국산 최고급인 에쿠스 리무진으로 바꾼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의외로 드세다.

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는 김 지사가 평소 잘 쓰는 ‘역동적’이라는 표현을 빗대 ‘역동적 경남도정에 에쿠스가 웬 말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내구연한이 남은 관용차량을 바꾼 이유를 직접 밝히고 도민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뿐 아니라 도청 홈페이지에도 김 지사와 참모진, 예산을 승인한 도의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글이 수백 건씩 이어졌다.

지사직을 그만두라거나 차를 즉각 반납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에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이에 대해 도지사 주변 사람들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한 참모는 “발이 크면 신발도 커야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185cm의 키에 다리가 긴 김 지사는 종전의 다이너스티로는 불편했다는 설명이다. “장수가 가장 뛰어난 명마(名馬)를 타는 것은 상식”이라며 거드는 간부도 있다.

물론 도지사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만들어 주어야 한다. 최연소 광역단체장인 김 지사의 입술이 자주 부르트는 것만 봐도 업무 중압감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김 지사 자신의 말대로 서민경제, 민생경제가 아주 어렵다.

그도 늘 “어려운 도민과 기업을 위해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지난해 취임식 날은 재래시장을 방문했고, 요즘도 잇따라 기업체를 찾아 근로자의 손을 맞잡는다.

논어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 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고 가르치고 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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