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년이 행복하다]<5>치밀한 인력관리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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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나이에 재취업에 성공한 앤 스토크 씨가 미국의 건축자재 할인유통체인 홈디포의 주방설계팀에서 컴퓨터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미 버지니아 주)=김재영 기자
일흔이 넘은 나이에 재취업에 성공한 앤 스토크 씨가 미국의 건축자재 할인유통체인 홈디포의 주방설계팀에서 컴퓨터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미 버지니아 주)=김재영 기자
《“계산을 마쳤을 때는 ‘엔터 키’를 두 번 쳐야 금고가 열려요.” 판매계산대를 다루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견습생 파르빈 나자드 씨(61·여)에게 선배 직원 레니 마차도 씨(59)는 금고 사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나자드 씨는 최근 민간단체 익스피리언스워크스(Experienceworks·EW)가 운영하는 미국 버지니아 주 직업훈련소에서 컴퓨터 다루는 법과 서류 작성법 등 기초 교육과정을 마친 뒤 의약용품 유통업체 CVS에서 견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에게 처음 주어진 업무는 판매계산대 계산원. 그가 정규사원이 되기 전까지 받는 월급이나 필요한 직업훈련비는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전액 지원해 준다.》

그는 “3년 전 퇴직한 남편이 민간단체의 직업훈련을 받아 재취업하는 것을 보고 나도 일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의 시코토 센터 건물에 자리 잡은 직업훈련장에는 55세 이상의 구직자 40여 명이 모였다. 고령화에 따라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개호(介護) 산업’(노인을 위한 간호 및 요양산업)에 종사하기 위해 이들은 노인 부축법과 목욕법, 요리법 등을 교육받았다.

이들은 매일 3시간씩 4주에 걸친 교육을 받고 다시 직업센터에 등록된 기업들과 일대일 연결을 통해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다.

교육에 참가한 다카기 다미에 씨(63·여)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 새 직장을 잡기 힘들었지만 체계적인 교육에 자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령화 선진국의 직업 알선은 역사가 긴만큼 규모도 크고 내용도 정교하다. 나라마다 특징도 있다.

노인단체만 1000여 개에 이르는 미국은 특히 민간의 노력이 활발하다.

나자드 씨가 직장을 구한 EW는 40년의 역사에 가입 회원만 12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이 단체는 해마다 ‘올해의 우수 고령자 선발대회’를 개최해 각 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취업한 노인과 직장을 선정한다.

미국은 취업상담 및 알선, 직업훈련은 물론 이력서 작성과 인터뷰 요령까지 책임지고 지원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셉(SCSEP·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이라는 프로그램. 55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2만9000여 명의 고령자가 새 일자리를 얻었다.

구직자는 현장감 있는 직업훈련을 받고, 정부는 노인 취업률을 끌어올리며, 고용주는 교육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윈윈윈(win-win-win) 프로그램’으로도 불린다.

유럽에서도 고령자의 직업을 알선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40대 사람들(Forties People)’은 설립자 재키 제이콥스 씨가 나이를 이유로 취업을 거절당한 뒤 연령차별 극복을 모토로 내걸고 만든 업체.

현 대표인 그의 아들 스펜서 제이콥스 씨는 “젊은이만 고용하려는 기업에 가서 ‘나이는 많지만 능력도 있고 회사에 적합하다’고 설득한다”며 “처음에 주저하던 회사도 이들을 고용해 본 뒤에는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고령자의 경력이나 능력에 따른 일자리 배분을 세밀하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4∼10월 도쿄 네리마(練馬) 구 실버인재센터에 등록한 55세 이상의 고령자 1만여 명 중 2100여 명이 취업을 했다.

이들을 상담하고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현재 일본 전국적으로 1만여 명이 활동 중인 ‘커리어 카운슬러’들의 몫.

또 노인들의 노동력에 대해 별도의 ‘단가표’를 작성해 능력과 직무에 따른 차별화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센터 나카무라 야스오 씨는 “노인들은 은퇴하기 전에 갖고 있던 직업과 현재의 능력을 기초로 수차례 상담을 받는다”며 “이들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사회부>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30년노하우 네덜란드 ‘65+’▼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다고요? 원하시는 근무시간을 알려주세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65+’ 사무실. 밝은 색 벽지와 부드러운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백발이 성성한 노인 두 분이 일자리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왔다가도 자신 없어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럴 땐 ‘일단 한번 해 보라’고 격려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미첼 반 단지흐 씨는 “노인의 경우 급여보다는 본인의 역량 및 취향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65+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75년. 젊은이들이 기피하던 편지 분류, 서류 전달 등의 가벼운 일거리를 은퇴한 노인들에게 맡기면서 시작했다. 소일거리를 찾던 노인들을 이 회사에서 고용해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줬던 것.

이후 30여 년 간 기업체는 물론 박물관, 대학, 정부기관 등 2000여 개의 단체와 연계해 ‘틈새 인력’을 공급해왔다.

노인들에게 소개되는 일자리는 서점 점원, 전화 교환원, 샌드위치 만들기 등 간단한 일에서부터 식품검역, 건설 등 전문 분야를 살린 직종까지 매우 다양하다. 대학 등의 대규모 시험감독이나 초중등학교 점심시간 도우미 등도 인기 있는 분야. 노인들은 주 3일 정도의 가벼운 일거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일을 시작한 뒤에도 어려운 점은 없는지, 서로 잘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상담하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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