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부총리 57시간만에 사퇴…장남 延大 부정입학 의혹

  • 입력 2005년 1월 7일 2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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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부총리’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던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장남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취임 사흘 만인 7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이 부총리가 퇴진 의사를 밝힌 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떠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사흘 부총리’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던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장남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취임 사흘 만인 7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이 부총리가 퇴진 의사를 밝힌 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떠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임명 직후부터 도덕성 논란으로 거센 퇴진 압력을 받아 온 이기준(李基俊)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장남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이 본보에 의해 제기된 7일 오후 취임 57시간 만에 전격 사퇴했다.

이 부총리는 2000년 8월 송자(宋梓) 교육부 장관이 24일 만에 사퇴한 것보다 20일가량 빨리 사퇴해 최단명 교육부 장관으로 기록됐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6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 장관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본보는 이 부총리의 장남인 동주(東柱·38) 씨가 재외국민특별전형이나 외국인특별전형 등 특례입학 대상이 아닌데도 1986년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정원 외로 특례 입학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씨는 이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1967년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82년 서울 H 중학교 2학년을 자퇴한 뒤 그해 미국 W 중학교와 P 고교를 다니다 1년여 만에 귀국했다.

83년 3월 서울 Y 고에 입학한 이 씨는 86년 2월 Y 고를 졸업한 뒤 같은 해 3월 정원 외 특례입학 전형으로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교육법 시행령 69조 6항과 연세대 학칙 2조 및 20조에 따르면 재외국민특별전형은 최소 2년 이상을 부모와 함께 해외에서 거주하며 중고교 과정을 다녀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또 외국인특별전형은 본인은 물론 부모가 모두 이중 국적이 아닌 외국시민권자여야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씨의 초중고교 생활기록부 등을 확인한 결과 이 씨는 미국에서 약 1년밖에 공부하지 않았으며 부모가 모두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가 7일 오후 4시 반경 관련 사실에 대한 이 부총리의 해명을 요구하자 이 부총리는 교육부 간부들과 의논한 뒤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7일 오후 6시 반경 이 부총리의 사퇴 사실을 보고받았으며 해외 출장 중인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8일 귀국하는 대로 이 총리와 협의해 사표 수리 및 후임자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스스로 사퇴한 만큼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이 부총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후임으로는 교육부 차관을 지낸 김신복(金信福) 서울대 교수, 박도순(朴道淳·고려대 교수) 교육혁신위원회 선임위원, 이현청(李鉉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조규향(曺圭香) 한국방송대 총장, 이경숙(李慶淑) 숙명여대 총장, 주자문(朱子文)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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