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야구선수’…잠신中 황현철 감독의 新훈련법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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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훈기자
권주훈기자
서울 잠신중학교 야구부는 ‘운동선수는 운동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쫓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국내 학원 스포츠의 뿌리 깊은 관행에 도전한다.

야구부원 24명은 매일 6∼7교시 수업을 모두 받고 3시간 반씩 훈련한다. 매주 3번은 방과 후 모여 영어회화도 배운다. 그런데도 올해 서울 지역대회 2관왕. 두 차례의 전국대회에서 4, 8위의 성적을 거뒀다. 재미있는 야구, 생각하는 야구로 적은 훈련시간을 ‘커버’하고 있다. 부원들의 평균 학교 성적은 중간 정도다.

잠신중 야구부의 이 같은 혁신은 황현철(黃鉉哲·36) 감독이 이끌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게 하고 체벌을 일삼는 것은 지도자의 근시안적인 욕심일 뿐입니다. 집중력만 발휘한다면 훈련 시간이 길 필요가 없습니다.”

정작 황 감독 본인은 어릴 때부터 ‘운동기계’로 교육받았다. 하지만 야구 특기생으로 대학(영남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고서 ‘이게 아니다’라고 절감했다. 공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전공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고사하고 도서관에서 책 찾는 것조차 할 줄 몰랐다.

프로야구 진출을 단념하고 지도자의 길을 택해 1992년 잠신중 코치로 부임하면서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자신이 배운 것과는 다르게 지도하겠다고 결심했다. 틈틈이 책을 읽고 야구 관련 정보를 노트북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감독 데뷔를 준비한 끝에 1996년 감독이 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원들의 ‘학업권’을 보장하고 체벌을 없앤 것. 대신 부원들에게 매 학기 초에 자신의 훈련 계획서를 내게 하고 경기가 끝날 때마다 자기 평가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태도를 갖도록 유도했다.

지금 잠신중 야구부는 타 학교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유명하다. 이 학교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전학 오는 경우도 많다. 황 씨는 “제자들의 80∼90%가 야구 명문대에 진학한다”며 “언젠가 운동선수 출신의 법률가, 의사 등도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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