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세우자” 송도 105층 빌딩 “두고보자”

  • 입력 2004년 12월 26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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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105층짜리 국내 최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을까.”

1997년 당시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의 105층짜리 빌딩 신축 계획 발표로 시민들의 눈길을 모았던 송도유원지지구 개발이 그후 수년째 아무 진전없이 개발 방향 조차 잡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개발 요구는 높아가고 있으나 인천시는 특혜 시비를 우려해 뒷짐만 진채 시간만 끌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 계획=송도유원지지구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 옥련동 일대 81만평 규모로 1970년 2월 자연녹지(유원지지구)로 결정됐다. 그 뒤 김우중 당시 회장이 그룹 본사 이전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지만 경영난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올해 1월 대우자동차판매㈜가 새로운 개발계획을 시에 제출하면서 다시 인천지역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대우자판은 28만8000평 부지에 국제금융센터(105층, 연면적 15만평)를 짓고, 그 주변에는 이곳에서 일할 내외국인을 위해 주거와 관광기능을 함께 갖춘 5500가구의 ‘월드 빌리지’를 짓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국제금융센터가 들어서면 2만23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기며, 건설과정에서도 매년 1만18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105층 가운데 30개 층과 그 주변에 있는 땅 10만여 평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기부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뒷짐만 진 인천시=시는 조만간 확정될 2020년 도시기본계획의 틀이 짜여지면 송도유원지 개발 방향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유원지 용도의 땅을 상업, 준주거 지역 등으로 용도변경해 줄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지난달 말 열린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송도유원지 내 연수구 옥련동 194일대에 3만5000여 평의 땅을 갖고 있는 서울의 부동산개발회사인 ‘파스텔 CM’이 이 땅 가운데 1만8500여 평에 480개 객실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고 신청한 사업계획에 대한 승인을 보류했다.

지구 전체에 대한 개발계획이 마련된 뒤 그에 맞춰 각각의 사업 계획을 심사해야 하는데 아직 전체 개발계획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 보류시킨 이유였다.

▽개발 잠재력=송도유원지지구는 해안도로(제2경인고속도로 종점∼소래포구 입구)를 사이에 두고 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와 맞붙어 있다. 따라서 기존 도심과의 다리 역할을 하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어 송도지구 배후지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높다.

이미 조성된 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340여만 평)가운데 외국인투자가 가능한 부지는 8만여 평에 불과하다. 따라서 송도지구에 땅을 구하지 못한 외국기업들은 대우자판에 공동개발을 제안하고 있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며 “대형사업의 추진이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시 관계자는 “개발이익금 환수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어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개발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인천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양재덕 상임위원장(58)은 “시가 특혜시비를 겁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인천 지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원지 지구를 아예 보존할 방침이라면 그같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개발 타당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공공용지 기부 등 개발이익 환수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사업을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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