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수사확대]학부모가 대리시험 의뢰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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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리시험을 의뢰한 차모 씨(앞)와 응시생 박모 씨(뒤)가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 차 씨는 지난해 수능에서도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가 적발돼 현재 집행유예 상태다. 전영한 기자
3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리시험을 의뢰한 차모 씨(앞)와 응시생 박모 씨(뒤)가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 차 씨는 지난해 수능에서도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가 적발돼 현재 집행유예 상태다. 전영한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학부모가 재수생 아들을 위해 의대생에게 뭉칫돈을 제공하기로 하고 대리시험을 의뢰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의 수능 부정행위 수사 과정에서 학부모의 개입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또 지난해 수능에서 대리시험을 의뢰했다가 적발됐던 대학 자퇴생이 올해 수능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대리시험을 의뢰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올해 수능에 대리 응시한 부산 모 대학 의예과 김모 씨(22)와 대리시험을 의뢰한 재수생 박모 씨(21·부산 남구), 박 씨의 어머니 손모 씨(48) 등 3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3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는 김 씨에게 “수능 점수에 따라 500만∼1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의한 뒤 응시원서에 김 씨의 사진을 직접 붙이고 시험 당일에도 아들의 신분증에 김 씨의 사진을 붙인 가짜 신분증을 김 씨에게 건넸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도 이날 대리시험을 의뢰한 수도권 모 대학 자퇴생 차모 씨(23)와 차 씨에게서 120만 원을 받고 대리시험을 치른 서울대 공대 중퇴생 박모 씨(28)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차 씨는 지난해 수능에서도 친구인 모 대학 한의대생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가 시험 도중 감독관에게 적발돼 현재 집행유예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수능에서 대리시험 부정행위로 3일 현재까지 총 6건, 13명이 사법처리됐다. 이 중 4명은 구속되거나 구속영장이 신청됐고, 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한편 전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전북 정읍시의 B고교 3학년 6명이 화학과목 성적우수자 1명으로부터 답안을 휴대전화로 전달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7명을 불러 조사했다. 또 입시학원장이 주도한 부정행위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시 동부경찰서는 이날 원장 배모 씨(30)를 구속하고, 배 씨에게 답안을 전송한 이모 씨(21)를 불구속입건했다. 또 답안을 전송받은 수험생 10명이 가입한 3개 이동통신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와 함께 서울경찰청은 늦어도 4일까지 ‘?+숫자’ ‘,+숫자’ 등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이동통신사로부터 넘겨받아 기록을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5번 숫자로만 구성된 기존 문자메시지보다 더 많은 부정행위자가 적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수사 초기 누락했던 일부 문자메시지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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