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177회 ‘사랑실천’ 이영건씨 ‘헌혈 정년퇴임’

  • 입력 2004년 12월 3일 0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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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의미에서 헌혈을 했을 뿐인데….”

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지하철 2호선 서면역 만남의 광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헌혈 정년퇴임식’을 가진 이영건(李永建·65) 씨.

부산적십자혈액원 다회헌혈봉사회 회원인 이 씨는 ‘만 65세 이상은 헌혈을 할 수 없다’는 혈액관리법에 따라 이날 생애 마지막 헌혈을 하고 회원과 시민들의 축복 속에 조촐한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그는 “혈액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인정이 메말라 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고, 베푸는 미덕이 아쉽다”는 말로 퇴임사를 대신했다.

1962년 3월 16일 첫 헌혈을 시작한 이 씨는 이날 마지막 헌혈을 포함해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 모두 합쳐 177회의 헌혈을 했다. 1회 헌혈량이 320∼400mL를 감안할 때 그동안의 헌혈량만 5만6640∼7만800mL.

이 씨의 헌혈 기록은 전국 최고로 당분간 이 기록은 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친이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뒤 혼자 힘으로 학교 다닐 때 학비 마련을 위해 헌혈과 첫 인연을 맺었다”는 이 씨는 “그 이후 주위에서 도움을 받은 것에 감사해 헌혈봉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껏 헌혈에도 불구하고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이 씨는 최근 직장에서 정년퇴임한 뒤 봉사를 주제로 한 ‘사랑의 계단’이란 시집을 내고 결혼식 무료 주례, 복지관 강의, 자원봉사 등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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