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10시반경 국회 본관 앞. 경찰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이병하 본부장을 체포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 난입한 데 항의하기 위해 29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여온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의원은 분노를 터뜨렸다.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권 의원에게 직접 사과하겠다는 것을 미리 언론에 알린 데 대한 노여움이었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단식을 풀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도 못 주고 있다”며 혀를 찼다
당시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 중이던 허 장관은 30여명의 기자를 모은 뒤 권 의원을 찾아가 “다시는 이런 일(경찰 난입)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으나 권 의원은 “사과할 의향이 있다면 조용히 와야지 이게 뭐하는 거냐”며 항의했다.
허 장관은 “그게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권 의원은 “더 이상 말다툼으로 비치면 곤란하다”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의원 측은 이에 앞서 허 장관이 예결위에서 열린우리당 신중식(申仲植)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유감을 표명했고, 행자부에선 허 장관의 ‘말씀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발끈해 있던 참이었다.
결국 권 의원의 단식을 중단시키려던 허 장관의 제스처는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민노당은 지난달 30일 오전 허 장관이 권 의원에 대해 “다이어트하는 줄 알았다”고 농담한 것까지 묶어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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