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웃끼리 꼭 이래야만 하나요”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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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동 뒤편 지상 주차장 입구. 1개 동의 전용 차단기가 설치돼 있어 단지 내 유치원의 통학버스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아이들을 내려 주고 있다. 박영대기자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동 뒤편 지상 주차장 입구. 1개 동의 전용 차단기가 설치돼 있어 단지 내 유치원의 통학버스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아이들을 내려 주고 있다. 박영대기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1개 동(棟) 주민들과 단지 내 유치원이 주차공간을 놓고 벌여 온 감정싸움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이런 종류의 분쟁이 어제오늘, 어느 한 곳에서만 빚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웃간에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동. 이 동은 원래 해당 건설사의 사원용으로 지은 소형 평형 위주의 동이었다. 그러나 2002년 리모델링 공사를 해 85평형 52가구와 70평형 4가구 등 모두 56가구로 구성된 대형 평형으로 변신했다. 단지 내의 한 동만 이렇게 리모델링을 한 것은 전국에서 이곳이 처음. 일반 분양을 통해 올 초부터 이 동에는 톱 탤런트 K씨 등 유명인사들이 많이 입주했다.

갈등은 이 동 주민들이 올 9월 “부족한 주차장을 넓혀야겠다”며 아파트 뒤편 보도 절반가량을 헐어 주차장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 보도는 이 동 바로 옆에 있는 유치원의 원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던 길이었다.

보도 폭은 3m에서 1.6m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주차된 차들의 범퍼 때문에 아이들조차 지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한 유치원 원생 부모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자 강남구청이 나서서 두 달 만인 지난달 19일 시정조치를 내려 보도는 원상회복됐다.

그러자 아파트 주민들은 동 주차장 입구에 전용 주차 차단기를 설치하고 차단기 관리인 2명도 고용했다. 아파트 전체가 아닌 개별 동만을 위한 차단기 설치는 극히 이례적인 일.

이 때문에 유치원 후문까지 들어와 아이들을 내려 주던 유치원 통학 버스의 출입도 금지됐다.

동 입주자 대표인 이모씨는 “주차장은 좁은데 외부 차량이 많이 들어와 차단기를 설치했다”며 “유치원 통학버스라지만 대형 버스가 아파트 주차장을 지나는 것은 문제가 있고 멀지도 않은 거리이므로 원생들은 보도를 이용해서 다니면 된다”고 말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아파트와 유치원 양측은 모두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형사고발과 민사소송 제기를 위해 변호사에게 자문했다고 밝혔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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