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귀화 신청한 축구선수 마니치

  • 입력 2004년 11월 21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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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으로 축구가 전파된 인천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시민주를 공모해 올해 3월 창단한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유고슬라비아 출신 공격수 마니치 라디보에(32)는 요즘 틈만 나면 동료 선수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기가 끝난 뒤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 돌아가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이 되겠다며 6월 법무부에 귀화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자격심사 등 귀화 절차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다소 어눌하지만 “내 차가 도로에서 퍼졌어요”라는 표현까지 구사할 만큼 한국어에 익숙해 동료들은 그가 한국어 능력 측정시험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왜 굳이 국적을 바꾸려는 것일까.

“8년째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깊은 정이 들었어요. 아내와 딸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국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선수 생활을 끝내도 계속 인천에 남아 한국인으로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어요.”

팀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그라운드에서 거친 플레이는 물론 심판에 대한 강력한 항의도 마다하지 않아 축구계에서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우승 청부사’.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 게임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김치찌개와 갈비. 특히 김치찌개의 얼큰한 맛이 일품이라는 것.

교육문제 때문에 부인과 세 딸이 고국에 남아 있어 가끔 외로움을 느끼지만 인천의 축구팬들이 보내주는 팬레터가 이를 잊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부평고를 졸업한 국가대표 출신 최태욱(23)과 호흡이 가장 잘 맞는다는 그는 “지금도 훌륭하지만 파이팅만 좋아지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구단 본거지인 인천의 역사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다. 1882년 인천 제물포항에 상륙한 영국 군함 ‘플라잉 피쉬’호 승무원을 통해 근대 축구가 전래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는 “축구장을 찾는 팬들의 성원과 팀의 시즌 성적은 비례한다”며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내년에 더 많은 관중이 축구장을 찾고 미드필더만 보강하면 우승에 도전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1996년 부산 아이콘스에서 K리그 선수생활을 시작해 통산 188경기에 출전한 그는 지금까지 60골, 35도움을 기록했다.

한편 마니치가 귀화 관문을 통과하면 신의손(FC서울), 이성남(성남 일화), 이사빅(성남 일화)에 이어 프로축구 용병 중 4번째 한국인이 된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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