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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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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완(盧命完) 수능 출제위원장도 “EBS를 통해 공부한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계해 출제했다”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와 EBS의 설명대로 EBS 수능 강의가 학원을 찾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강의 내용이 대폭 반영됐다는 EBS의 주장을 전달하는 기자는 씁쓸한 느낌이 앞섰다. 그것은 우리의 학교교육이 얼마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고, 일선 교사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EBS가 주장하는 반영률에 대한 수험생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EBS 홈페이지에는 이견을 제시하는 글이 이어졌고, 한 조사에서는 ‘체감 반영률이 20% 이하’라는 응답이 46.6%로 가장 많았다.
수리 ‘가’형에서 만점을 받은 한 수험생은 “과외 없이 EBS 고급과정 덕분에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었지만 EBS 교재에 오타가 너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상위권인 한 여고생은 “EBS 외국어 문제지를 전부 풀었지만 큰 도움은 안 됐다”며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는 EBS 교재가 2000만부 이상 팔린 반면 다른 출판사의 수능 교재 판매는 절반으로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강의 내용을 출제에 반영한다고 했는데 교재를 사지 않을 수험생이 있겠는가.
서울 강북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EBS 교재로 수업하길 원해서 교과서는 보조교재가 됐다”고 자탄했다.
정부가 수능 방송까지 해야 할 지경에 이른 사교육의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역설적으로 EBS 수능 방송이 없어지는 날이 곧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날은 아닐까.
이나연 교육생활팀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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