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희 충남대교수, 자기 몸에 조류독감 백신 샘플실험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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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바이러스(H5N1) 백신을 개발 중인 충남대 서상희 교수가 백신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 백신을 개발 중인 충남대 서상희 교수가 백신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어요. 이제 국민보건을 책임진 국가가 할 일만 남은 셈입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 백신을 개발 중인 이 분야 전문가 충남대 서상희(徐相熙·39·수의학과) 교수. 그는 백신 균주를 개발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자신의 신체에 샘플실험까지 실시했다.

서 교수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미국도 백신 균주는 개발했으나 동물(족제비) 실험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우리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인체에서 인체로 감염되는 변형(슈퍼 독감)이 나타날 경우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1∼2년 만에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한 걸로 보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슈퍼 독감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서 교수는 백신 균주를 만들어 5∼7월 원숭이 4마리를 대상으로 접종한 결과 안전성과 면역효율성을 확인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원숭이 실험은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영장류센터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그는 인체 실험을 위해 스스로 ‘마루타’가 됐다. 9월 초 자신이 만든 백신을 스스로 접종한 뒤 지난달 말 항체실험을 거쳐 역시 안전성과 면역효율성을 확인했다.

서 교수는 “인체 실험 결과가 의미를 가지려면 최소한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작업은 국가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의 로버트 웹스터 박사 등과 홍콩 조류독감이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원인을 규명해 2002년 9월 이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을 발표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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