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初心이 아쉬운 경남지사

  • 입력 2004년 11월 9일 21시 06분


코멘트
‘공개경쟁이 아닌 방법으로 특정인 임용’ ‘청탁, 매관매직, 외풍이 난무하는 인사’ ‘자기사람 심기로 파벌 조성’.

김태호(金台鎬) 경남지사가 실·국장들에게 ‘경남도청이 망하는 법’을 발굴하라는 숙제를 내 8월말 제출받은 이른바 ‘경남 패망 보고서’에 포함된 인사 분야의 망하는 방법들이다.

(인사권자가) 청탁과 외풍을 막아내면서 공개경쟁으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뽑고 파벌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는 당부이자, 문제의식의 표출이었다.

경남도가 발전하는 길을 고민해 보자며 깃발을 들었던 김 지사는 벌써 패망보고서를 잊은 것일까.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간부급 인사에 이어 9일 자신이 소속된 한나라당의 당직자를 경남개발공사 이사로 발령했다.

신임 이사는 신한국당, 한나라당에서 26년여간 일해 온 골수 정당인이다. 전문성은커녕 공사관리부와 개발사업부 등을 총괄하는 공사의 이사 적임자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열린 경남개발공사 이사회에서마저 “의회와 언론의 비난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도 본부장제 폐지와 이사제 신설, 이사명칭 변경 등 정관까지 두 차례 바꿔가며 무리수를 뒀다.

앞서 김 지사는 과거 자신과 도의원 생활을 함께 했고 6월 보궐선거를 도와준 전직 도의원을 경남발전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으로 영입했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 전 사무처장은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앉혔다. 적임 논쟁은 없었지만 일부 선거 참모에게도 자리를 줬다. 경남발전연구원장 선임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도 볼썽사납다.

인생의 실천적 지침서로 불리는 채근담은 ‘작은 은혜를 베풀기에 급급해 전체 이익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毋私小惠而傷大體)’고 충고한다.

재도약을 위해 역발상을 주문했던 그가 패망보고서 대로 ‘진짜 망하는 길’을 걷는다면 아이러니 아닌가.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