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금부는 택시기사 목사님… 운전하면서 손님에 연주

  • 입력 2004년 11월 9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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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용 택시기사, 독립교회 목사, 그리고 대금 연주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가지 영역이 모두 한사람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남제주군 표선면 세화리 ‘형제사랑교회’의 목사인 김태권(金泰權·40)씨는 교회운영과 봉사활동에 따른 경제난을 덜기 위해 올해 1월 핸들을 잡았다.

야간 운행을 주로 하는 그는 택시에 대금을 두고 운전을 하며 이를 궁금해 하는 손님에게 대금을 연주해준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섰을 때 주로 연주를 하고 손님이 원하면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아예 한곡 전체를 들려준다.

김씨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남모를 고통을 겪을 때 TV에서 들려오는 대금 소리가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며 “3년 전부터 심신의 안정과 선교를 위해 대금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독학으로 대금을 배운 김씨는 시간이 날 때면 성산일출봉, 제주민속촌, 일출랜드 등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 관람객에게 청아한 대금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김씨는 기존 대금이 연주에 불편하다고 보고 대금 지공(指孔)의 위치 등을 변형한 ‘탐라대중금’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대금 실력이 쌓이고 여건이 되면 개인연주회도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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