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제까지 ‘정치인 봐주기’ 재판인가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25분


정치인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지나치게 관대해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참여연대가 최근 정치인 재판 23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실형 선고율이 일반 형사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다.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이 대부분 1, 2심에서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으로 풀려나는 현실은 ‘유전(有錢) 무죄’ ‘권력 무죄’를 실감케 한다.

이 분석에 참여한 학자들은 정치인들에게 너그러운 ‘고무줄 양형(量刑)’은 ‘만인’에게 평등한 법적용이 아니라 특권층 ‘1만명’에게만 특혜를 주는 법적용이라고 비판한다. 사법부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을 가진 화이트칼라 범법자에 대한 법관들의 편향(偏向)은 판결문에 나오는 형의 감경(減輕) 및 선처(善處) 사유가 합리적이지 못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에 기여한 바 크다’는 사유를 남발하기 시작하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는 거의 ‘솜방망이’ 처벌 대상이다. 심지어 “친구가 주는 돈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선처 사유를 형량을 깎아 줄 만한 합리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과 공직자에게는 법질서 준수 의무를 더 엄격하게 물어야 마땅하다.

적은 돈을 훔친 절도범은 실형을 선고받고, 수백억원, 수십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아 쓴 정치인은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판결이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 일관성이 없는 양형과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은 사법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부를 수 있다.

법원은 정치인과 공무원 부패의 사회적 해독(害毒)에 대해 심각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불법적인 돈을 받은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사법부의 편향적 관용은 이 나라가 투명한 사회로 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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