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白化현상 바다속 해조양식장 설치”

  • 입력 2004년 10월 6일 21시 35분


“해조류가 부족해 전복이나 성게 등도 사라져요. 대책을 빨리 세워주세요.”

경북 포항시 구룡포와 장기면 일대 어민들은 전복과 성게 어획량이 갈수록 줄어들자 최근 포항시에 ‘어패류 먹이를 확보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잇달아 제기했다.

전복 새끼(종패)를 대량으로 바다 속에 뿌려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어민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종패가 파도에 휩쓸려 간 탓도 있지만 바다 속이 10여년 전부터 우유를 뿌려놓은 듯 하얗게 변하는 이른바 백화(白化)현상 때문이라는 것.

백화현상이 발생하는 바다의 밑바닥과 갯바위 등에는 어패류와 해조류의 서식환경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6일 “내년부터 2008년까지 10억원을 들여 구룡포와 장기면 일대 42개 마을 앞 바다에 미역과 다시마를 생육하는 해조장(海藻場)을 설치하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해조장은 수심 7m 정도의 마을어장 양 쪽에 5t짜리 구조물을 설치한 뒤 길이 100m가량의 양식용 줄을 연결해 해조류를 키우는 시설.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다 자라면 줄을 바다 속으로 내려 어패류가 먹도록 한다는 것이다.

1970년 국내 연안에서 발견된 백화현상은 1990년대 들어 동해안으로 급속히 확산됐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어 어민들만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해왔다.

포항시가 이번에 백화현상 대응책의 일환으로 해조장을 설치키로 한 것은 동해안 전체에서 처음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포항시 이무삼(李武三) 해양수산과장은 “백화현상에 대한 처방은 어렵지만 당장 어패류 어획이 문제”라며 “백화현상 발생지역에 해조장을 집중 설치해 어패류의 먹이를 공급하는 한편 해양생태 변화에 대한 자료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화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지구의 이상기온과 수온 상승, 육지 오염물질의 바다 유입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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