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스님이 낸 향가집 인기 ‘대박’

  • 입력 2004년 10월 5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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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봄 그리며/못 잊어 우는 이 시름/아름다운 자태여/세월 따라 흐려지는 구려/눈깜짝일 사이일망정/만나 뵈었으면/낭(郞)을 그리는 이 마음/쑥대 구덩인들 편히 잠들리.’

신라 화랑 득오가 자신이 따르던 죽지랑이 죽은 뒤 영전에 바쳤다는 ‘모죽지랑가’라는 향가(鄕歌)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 장안사의 지정(智正) 스님은 모죽지랑가를 비롯해 지난해 현존하는 향가 25수를 정리한 68쪽짜리 책자 5000여권을 만들어 주변에 나눠준 결과 향가집을 보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비룡산 중턱에 있는 장안사는 통일신라시대(759년)에 의상대사의 제자가 세운 사찰.

그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향가집을 보내달라는 연락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인천에 사는 한 주부는 향가집을 구하기 위해 예천의 산 속까지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정 스님은 지난주 향가집 3만부를 CD와 함께 추가 제작해 5000여권은 해인사 등 전국의 큰 사찰에 보내주고 나머지는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향가가 이렇게 관심을 끌줄은 몰랐다“면서 “향가를 읽은 분들은 마치 ‘정서의 고향’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고 말했다.

“향가는 짧지만 삶에 관한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읽을수록 맛이 납니다. 한국인 정서의 뿌리가 아닐까 싶고요. ‘삼대목(三代目)’이라는 향가집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내용을 알 수 없으니 남아 있는 25수라도 널리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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