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高生 경시대회 크게 줄인다… 교육부 “사교육 조장 부작용”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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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7학년도부터 각종 경시·경연대회 수상 실적을 고입 또는 대입 전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권고함에 따라 현재 670개나 되는 각종 경시대회가 대폭 축소 또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5일 사교육비 경감대책 차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학력경시·경연대회 개선 방안’을 마련해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07학년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실 경시대회 정리=교육부가 경시대회를 축소 폐지키로 한 것은 대학은 물론 각종 민간단체, 학원들이 경시대회 수상실적이 대입전형에 유리하다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육과정과 연계된 특색 있는 대회를 제외한 시도교육청 주관의 경시대회를 축소 또는 폐지하도록 권장하고 과학고 국제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일반고의 입학전형에서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또 대학 주최 학력경시대회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나 대학입학처장회의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축소 또는 폐지하도록 하고 수상 실적을 반영하는 특기자 특별전형도 줄이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권위 있는 대회는 인정=국제올림피아드나 이를 위한 예비대회 등 권위 있는 대회의 수상 실적은 전형에 반영할 수 있다. 대학들은 전형 반영 대회를 미리 공시하도록 했다.

일반 기관이나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의 경우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의 후원 명칭 사용은 국내외의 권위 있는 대회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학원연합회나 언론사 등 민간단체의 경시·경연대회는 자제하도록 요청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주관 주최 후원하는 대회 입상 실적만 학교생활기록부에 적도록 했다.

또 독후감 공모, 백일장, 공모전 형태의 문학상, 신춘문예, 전국체전, 국악 서예 기능경진대회 등 입시와 직접 관련이 없고 선행학습 등 학교 교육과정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분야, 토익 토플 등 공인 외국어능력시험, 전국 규모 경기연맹의 체육대회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얼마나 줄어들까=교육부는 2002년 기준 670개나 되는 경시·경연대회 중 백일장 50개, 독후감 22개, 웅변 50개, 체육 192개를 제외하고 70%인 470여개가 폐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참가 학생도 58만명에서 17만명으로 줄어 연간 7300억원의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의 경시대회는 한해 1131개로 하루 3개꼴이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중 절반인 101개 대학도 324개를 운영하고 있고 민간단체 대회는 808개다.

올해 입시에서 경시대회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 모집단위는 614개이고 선발대상은 총 모집인원의 3%인 1만1953명이다.

그러나 경시대회가 성행하는 데 반해 실제 반영률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유영국 학교정책심의관은 “21개 사립대 경시대회에서 1만2000명이 입상했지만 실제 대입전형에서 이 수상실적으로 합격한 경우는 1.4%인 176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나=교육부 대책은 강제사항이 아니고 권고사항 또는 유도정책 차원이어서 실효성 논란도 있다.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에서 심층면접, 논술이 중요해져 경시대회 입상 여부와 상관없이 학력 향상 목적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

또 정부가 학생들의 학력향상 대책은 내놓지 않았고 대입전형 반영 여부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대학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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