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개통식 대행社 선정때 금품수수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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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문화특보 등이 대통령특보와 보좌관을 사칭하며 고속철도(KTX) 개통식 행사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청와대 등에 부탁해 KTX 개통식 행사 대행업체로 선정되게 해 달라’는 관련 업체의 청탁을 받고 철도청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혐의(알선수재 등)로 5일 문화네트워크 이모 이사(50)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관련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문화네트워크 이모 팀장(36)을 구속했다.

문화네트워크는 노 대통령의 대선 당시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씨가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이다. 이 이사 등은 문화네트워크를 청와대 외부조직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각각 대통령특보와 보좌관을 사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이사와 이 팀장은 올해 1월 말 광고기획사인 L사 간부로부터 “3월 말과 4월 초로 예정된 경부선과 호남선 개통식 대행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자문료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는 것.

이에 이 이사 등은 “이기명 대표를 통해 당시 업체선정 심사위원이던 윤모 전 대통령행정관을 만나 로비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윤 전 행정관은 “원칙대로 하겠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또 이기명씨는 관련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 등은 2월 6일 L사가 대행업체로 선정되자 철도청을 찾아가 “개통식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철도청이 이를 들어주지 않자 욕설 등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이 팀장은 행사 대행업체로 선정된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해 3월 초 L사의 하청업체인 B사 직원으로부터 2000만원을 전달받았다.

이 팀장은 경찰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으나 “개인적인 용도가 있어 돈을 빌렸을 뿐 대가성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문화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사무실을 열었고 문화 예술 관련 연구를 명목으로 올해 1월 사단법인으로 정식 인가받았다. 직원들의 로비사실이 드러나자 법인측은 사무실을 조만간 폐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이기명씨와 이 법인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행사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L사의 또 다른 하청업체 A사에 심사위원 명단을 제공한 혐의(공무상 기밀누설)로 철도청 KTX개통식 준비단장 하모씨(48)를 불구속 입건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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