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내부 고발자 ‘배신자’ 취급… ‘보복’ 여전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41분


자신이 속한 조직 내의 부정부패를 고발했던 내부신고자들이 ‘고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집단따돌림에서부터 감봉, 파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어 이들에 대한 신분보호제도 강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사례=2002년 1월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을 담은 부패방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내부고발에 따른 신분상 불이익을 이유로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에 신분보호를 요청한 경우는 모두 8건. 이는 부방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담긴 내용들이다.

중앙정부 모 부처 A씨는 직원들의 출장비 유용사례 등을 신고한 뒤 동료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받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타 부처 전출을 요청했다. 부방위는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A씨를 다른 기관으로 보내줬다.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였던 B씨는 학교측의 포상금 횡령 등에 대해 신고한 뒤 농구코치직 근로계약을 해지당했다. 부방위가 불이익 여부를 조사하기 전에 학교측이 새로운 농구코치를 채용하는 바람에 원상회복이 어렵게 돼 부방위가 다른 학교에 취업을 알선해줬다.

보건소 직원인 C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보건소 공무원들이 영세민 등을 위한 암검진 등의 사업을 하면서 시 공무원과 가족들을 무료로 검진해 주고 있다고 신고했다가 하향 전보됐다. 부방위는 C씨의 희망대로 다른 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행자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신분 보장 요구가 기각된 경우도 있었다.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인 D씨는 정부기금 부당 지원 비리를 신고했다가 파면됐지만 원상회복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속기관의 파면 조치가 D씨의 신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었다는 게 부방위 결론.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그가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복직 결정을 내렸다.

E씨는 상황이 복잡한 경우. 그는 소속기관의 인사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5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해임됐다. 그러나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소속 기관 직원의 부패행위를 신고했다.

F씨는 법원에서 해임 처분 취소와 복직 판정을 받고 복직했으나 해당 기관장이 다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했다. 현재 그는 다시 재징계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문제점=현행법상 부방위는 해당 기관장에게 내부고발자의 신분 보장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런 조치를 집행할 강제적인 수단이 없다. 해당 기관이 부방위 요구를 거부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부방위가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이런 기관장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매도하는 우리의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내부고발이 제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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