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버스' 추억 속으로…"승용차 보급 등으로"

  • 입력 2004년 9월 25일 16시 01분


'행선지 000'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회사 마당에 죽 늘어서곤 했던 '귀성버스'도 이제 빛바랜 풍경이다.

울산 포항 구미 등 대규모 공단이 있는 곳에도 올해 추석에는 '00행 귀성버스'라는 표시를 단 버스를 좀채 찾아보기 어렵다.

250여개 업체가 있는 포항 철강공단 경우 이번 추석에 귀성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는 INI스틸뿐이다.

이 회사도 10여년 전까지 명절이면 30여대를 운행했지만 올 추석에는 6대만 마련했다.

전남 광양에 본사가 있는 조선내화의 포항공장도 30년 동안 운행하던 명절용 귀성버스 운행은 올해부터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년 귀성버스가 줄다가 지난해 1대를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승용차 보급 등 교통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까지 명절이면 100여대의 귀성버스를 준비하고 '수송작전'을 펼쳤던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지난해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700여개의 업체가 몰려있는 구미공단도 1996년까지는 4000여명이 회사가 마련해준 귀성버스를 이용했으나 이번 추석에는 300여명만이 이용할 예정이다.

울산 현대자동차도 1995년까지 추석이나 설이면 100여대의 버스로 직원 4500여명을 고향까지 실어날랐으나 올 추석에는 직원의 0.3%인 80여명만 이용하겠다고 대답했다.

현대자동차는 직원 가족을 포함한 220여명의 귀성을 위해 버스 5대를 준비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 중 기혼자는 전원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며 "내년 설에는 귀성버스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