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센터 부지선정 중단… 부안 주민들 거센 반발

  • 입력 2004년 9월 16일 18시 45분


16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올라온 주민들이 “위도를 두번 죽이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부안군민들은 다수가 원전센터 건립에 반대했지만 위도 주민들은 상당수가 유치에 찬성했다.-과천=연합
16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올라온 주민들이 “위도를 두번 죽이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부안군민들은 다수가 원전센터 건립에 반대했지만 위도 주민들은 상당수가 유치에 찬성했다.-과천=연합
정부는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 부지 선정 예비신청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북 부안군의 원전센터 부지 백지화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17일 전북도와 부안지역의 반응은 ‘사실상 부안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고 보는 분위기다.

그동안 원전센터 유치를 추진해 온 전북도와 부안군이 제시한 주민투표에 대해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현행 절차상 유일하게 예비 신청단계로 남게 된 부안의 경우 현행 절차에 따른 주민투표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지 반응=강현욱 전북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반핵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에 굴복해 당초 약속을 번복하고 부안에 대해 사실상 백지화 선언을 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강 지사는 “1년2개월간 정부 방침을 믿고 따라온 전북도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발표”라며 “정부는 당초 약속대로 11월경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군도 “만일 부안 유치가 백지화 된다면 정부는 그동안 부안 주민들의 갈등을 야기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원전센터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 170여명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정부 못 믿겠다” “정부는 위도 주민을 두 번 죽이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박대규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 대변인은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는데 정부는 주민투표조차 실시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치에 반대해 온 부안핵대책위 고영조 대변인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부의 발표는 사실상 부안 유치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핵폐기장 유치를 추진하면서 그릇된 결정을 내려 혼란을 가중시킨 산자부와 부안군 등 관련 공무원들은 군민에게 사과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부안수협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종규 부안군수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향후 전망=이번 발표로 엄청난 갈등과 피해를 남긴 ‘부안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앞으로 손해배상과 책임론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부안사태는 반농반어(半農半漁)로 생계를 잇던 조용한 부안에 엄청난 상처를 안겼다.

1년이 넘는 주민들의 반대 시위로 주민과 경찰 700여명이 다치고 주민 42명이 구속되는 등 358명이 사법 처리됐다.

대화를 시도하던 김 군수가 내소사에서 주민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주민들이 생업을 포기한 채 시위에 나서는 바람에 생계는 엉망이 되고 찬반 주민들간에 갈등의 골은 치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깊어졌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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