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2004 광주비엔날레 가보니…눈에 띄는 이색 작품들

  • 입력 2004년 9월 1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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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토리미츠 모모요의 ‘인사이드 트랙’. 두 평 크기로 축소된 도시를 작은 인형 100여개가 기어 다니는 작품이다.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장난감같은 조형물로 표현했다. -사진제공 광주비엔날레
일본 작가 토리미츠 모모요의 ‘인사이드 트랙’. 두 평 크기로 축소된 도시를 작은 인형 100여개가 기어 다니는 작품이다.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장난감같은 조형물로 표현했다. -사진제공 광주비엔날레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이라는 다분히 철학적인 주제가 붙어있는 2004광주비엔날레에는 제목에 걸맞은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상상력과 관념의 세계를 이토록 다양하게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하고 조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10일 시작된 올 비엔날레는 11월 13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연탄’이다. 연탄을 잔뜩 쌓아 놓고 군데군데 나무를 심어 놓은 박불똥의 ‘진폐증에서 삼림욕까지’라는 이 작품은 처절한 삶의 막장에서 유토피아까지 삶의 간극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 옆 까만색 고깃덩어리는 마크 퀸(영국)의 ‘토르소-양’. 실제 양고기와 산 토끼를 얼려 석고로 떠서 브론즈 해 붙였다. 유전자 변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다.

중국 작가 쑨위엔과 펑위의 뼛가루 기둥 ‘하나 또는 모두’도 이색적이다. 기다란 회색 원통 기둥을 비스듬히 세워 놓았는데 실제 사람 뼈를 갈아 만든 것이다. 문득 삶이나 죽음에 대한 온갖 담론들이 무화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미야지마 다쓰오(일본) ‘시간의 강’도 다분히 철학적인 조형물. 어두운 방 한 가운데를 푹 파고 안에 손톱만한 무수한 디지털 숫자판을 만들어 깜박이게 했다. 숫자판들의 숫자는 제각각인데 인간의 수명이 제각각이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것임을 표현한 것이다.

도리미쓰 모모요(일본)의 ‘인사이드 트랙’도 재미있다. 두 평 크기로 축소된 도시를 작은 양복 인형 100여개가 기어 다니는 작품이다. 사람들의 심리적 경쟁을 아이들 장난감 같은 조형물로 만든 것이다.

중국 작가 쑨 위엔과 펑위가 제작한 ‘하나 또는 모두’. 실제 사람 뼛가루로 만든 기둥이다. -사진제공 광주비엔날레

짐 샌본(미국)의 ‘라듐 시계 다이얼’과 ‘임계적 조합’은 ‘핵’에 대한 무거운 사회비판을 담은 작품이다. 1943년에서 1955년까지 실제 원자폭탄을 제조한 맨해튼 실험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9·11 테러 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쌍둥이 빌딩 내부와 불타는 사람들을 재현한 말람(카메룬)의 ‘9/11/2004’는 너무 사실적이어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다.

일상에 대한 재미있는 시선들을 담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아사엘젠(스웨덴)의 ‘과정’은 네 개의 유리 수조에 소금물을 채우고 각각 하얀 웨딩드레스를 담근 이색적인 작품. 네 개의 수조에 담긴 웨딩드레스는 각각 시간의 변화에 따라 소금 결정체들이 맺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일상은 지겨우면서도 오래될수록 ‘결정(結晶)’이라는 아름다움을 이룬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표현했다.

쉴 새 없이 뻥튀기를 하는 이경호의 ‘행렬 달빛 소나타’도 인기작. 비엔날레 하루 평균 입장객 수준 5000여명에 걸맞게 전시기간에 5650개를 튀겨낼 예정이라는 작가는 뻥튀기를 명품 브랜드 ‘프라다’에서 제작한 종이봉투에 담아 1000원에 팔 예정. 싸구려 간식과 명품브랜드를 결합해 가격에 대한 관념을 뒤 흔들어 놓는 작품이다. 062-608-4260

광주=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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