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20억 논란…현철씨측 “맡긴 돈 70억의 이자”

  • 입력 2004년 9월 7일 0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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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2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이 돈의 성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돈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은 20억원의 성격에 대해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현철씨와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김기섭 전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운영차장은 ‘받지 못한 이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가 김 전 차장을 통해 조 전 부회장에게 1997년부터 2년 동안 맡긴 비자금 70억원에 대한 이자를 지난해 뒤늦게 받았다는 것.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자라는 주장은 현철씨 변호인이 1999년 8월 조 전 부회장에게서 돈을 찾을 당시 ‘이자는 안 받는다’고 이야기했던 것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 돈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현철씨에게 제공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부회장은 ‘김 전 차장이 화끈하게 도와주자고 해서 순수하게 돕기 위해 돈을 줬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철씨 주장보다는 조 전 부회장의 주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철씨와의 ‘각별한 인연’을 감안하더라도 현역 정치인이 아닌 정치 신인에게 지원한 돈치고는 지나치게 큰 액수여서 조 전 부회장의 진술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더구나 조 전 부회장은 세금 미납으로 신용불량자에 등록될 정도로 경제 사정도 넉넉지 못한 형편이다.

검찰은 이 돈이 현철씨가 숨겨 둔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997년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김현철씨 비리 의혹 사건’ 당시 밝혀진 현철씨의 비자금 조성규모는 120억원. 이 중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돈이 꽤 있어 이번에 건네받은 돈도 그중 일부가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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