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保法위반 피의자 재판 못받겠다”…범민련 명예의장 출두 거부

  • 입력 2004년 9월 6일 23시 21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으로 이 법의 존폐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이 집단으로 재판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보법상 회합통신, 금품수수, 편의제공, 찬양·고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이종린(李鍾璘·81) 명예의장은 6일 재판 거부를 선언하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첫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명예의장은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을 지냈다.

그는 이날 재판 예정 시간인 오후 2시 인터넷 매체인 ‘통일뉴스’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헌성과 모순성이 내재한 국보법을 갖고 나를 법정에 세워 심판한다는 사실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구속을 각오하고 출두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 전문과 제3조 국토조항, 그리고 국보법에 모순성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팔십 평생을 조국의 자주와 통일을 염원해 온 본인의 작은 노력이 국보법을 철폐하는 데 미력하나마 반드시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특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국보법으로 기소된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이 명예의장처럼 재판을 거부할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명예의장은 2000년 9월경 일본 총련에 파견된 북한 대남공작원으로부터 범민족대회 기념 티셔츠 400벌의 대금 및 남측본부에 대한 재정지원비 명목으로 1000여만원을 받는 등 북측으로부터 3324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그는 그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과 자격정지를 선고받은 뒤 1999년 8월 특별사면 복권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불출석할 경우 궐석재판도 가능하다. 재판부는 이 명예의장의 재판 기일을 다음 달 11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