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 ‘위험한 유혹’… “명문대 졸업장 만들어줍니다”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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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졸업생 이모씨(27)는 대기업 입사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탈락하자 인터넷상에서 ‘명문대 졸업장을 만들어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e메일을 보냈다. 이씨는 ‘서울대 연고대 등은 40만원, 그 외의 서울 중상위권 대학은 30만원, 해당 학교 교학과에 확인해도 들통 나지 않게 해주겠다’는 답장을 받고 신상정보와 착수금 10만원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업자로부터 연락이 없어 확인한 결과 종적을 감춘 뒤였다.》

이씨는 “위조 졸업장을 의뢰했다는 것 때문에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이 악용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명문대 위조 졸업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구직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위조 졸업장을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기고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 악용하는 경우가 빈번해 또 다른 범죄가 우려된다.

구직자들이 가장 손쉽게 위조 졸업장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는 길은 온라인상의 취업이나 대출 관련 카페. 이들 사이트는 취업정보나 각종 대출 정보를 제공하면서 구직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8월 한 달 동안에만 위조 졸업장과 국가자격증 거래 관련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200건 이상을 적발해 시정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국내 유명 D포털사이트의 경우 원칙적으로 ‘위조’라는 단어로는 카페검색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업자들은 카페명을 ‘위조’라는 한글 이름 대신 영문인 ‘weejoe’ 등 변칙어를 이용해 구직자들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또 ‘졸업’이라는 이름의 한 사이트는 입소문으로 몰려든 구직자들과 상담한 뒤 이들에게 필요한 졸업장을 만들어 주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 등 국내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위조 졸업장 등이 신입사원 전형시 사용될 경우 가려낼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백명 모집에 수만명이 지원하는 현실에서 일일이 증명서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

현대자동차의 한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은 물론이고 최종 전형 이후라도 합격자가 수백명에 이르는데 출신학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위조 증명서를 판별해낼 수 있는 채용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등장하는 위조 졸업장은 홀로그램까지 완벽해 겉으로는 전혀 식별해낼 수가 없다”면서 “위조 졸업장이나 성적표 의뢰 과정에서 피해를 보았더라도 신고를 꺼려 수사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위조문서를 의뢰했더라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피해를 본 경우엔 처벌받지 않으므로 신고를 바란다”며 “위조 증명서도 문제지만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돼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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