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작년 사내복지기금 67억원 출연

  • 입력 2004년 9월 3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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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해 12월 학자금 지원 등의 명목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 67억원을 편법 출연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당시 진행 중인 감사원의 특감 대상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출연을 감행한 것으로 2일 드러났다.

특히 이사회는 출연 문제를 논의한 회의에서 예상되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한 대응 논리 개발을 강조한 것으로 밝혀져 공영방송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KBS가 이날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최구식(崔球植·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사회 속기록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KBS 이사회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부족하다는 사측 요구를 받아들여 이미 출연 기준으로 사용한 2002년 세전 이익을 다시 기준으로 삼아 67억원의 편법 출연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은 “공기업의 운영 원칙을 지키라”고 지적했으나 이사회는 이를 묵살하고 편법 출연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KBS는 1999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첫 출연할 때 96∼99년 세전 순이익의 5%인 169억원과 2000∼2002년 예상되는 세전 순이익의 5%인 131억원 등 300억원을 출연했었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혈세를 쓰는 공영방송이 온갖 편법을 자행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정기국회에서 방송 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무슨 말 오갔나

다음은 문제가 된 이사회 속기록 중 편법 출연과 관련된 주요 대목.

▽김인규 이사=이번에 (출연)해주면서 감사원 같은 데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예산주간=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김 이사=우리는 그것을 각오하고 하는 것이니까…. 그런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나름대로 논리적인 것을 잘 준비해 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예산주간=명심해서 잘 대응하겠습니다.(중략)

▽김상희 이사=적어도 공기업의 운영 원칙이 있잖아요? 공기업의 운영 원칙에 합당한 방향으로 복지기금을 운영한다는 원칙은 가지면서…. 지금 이 주머니에서 이 주머니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계속 받는데….(중략)

▽정연주 사장=내년(2004년)에는 올해 세전 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금에) 출연 못합니다.(중략)

▽김상희 이사=사실 안해야 되는 것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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