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호 신라호텔 수석조리장 장충단공원서 무료 점심

  • 입력 2004년 8월 30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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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 그릇 더 주면 안 되나, 저녁때 좀 바쁜데….”

30일 서울 중구 장충단공원에서 열린 ‘밥 짓는 사랑방’ 봉사팀의 무료 점심 배급행사장에는 300여명의 노인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허리가 펴지지 않아 구부정한 자세로 다가온 한 80대 노인의 부탁에 서상호 신라호텔 수석조리장(45)은 얼른 설렁탕 두 그릇을 말아준다.

밥 짓는 사랑방은 서울 신라호텔 조리장들이 자체 결성한 무료급식 봉사단체. 매달 마지막 월요일에 공원에 모인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메뉴는 사태설렁탕과 배추김치.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는 노인들은 연방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맛있어”를 연발했다. 이모 할아버지(79)는 상도동에서 일부러 찾아왔다고까지 했다.

서 조리장이 이 모임을 결성하게 된 것은 1980년대 말 태풍피해 현장에 복구지원을 나가면서부터.

그는 “늘 하던 대로 밥 한 그릇을 해 드렸는데 수재민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면서 “누굴 돕는다는 게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서 조리장은 “정말 비싼 재료를 쓰기도 하지만 최고의 요리는 정성과 사랑이 담긴 요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삶은 고기 한 움큼을 집어 그릇에 담았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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