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태풍 휩쓴 자리에 핀 온정

  • 입력 2004년 8월 23일 21시 22분


코멘트
23일 오전 전남 나주시 봉황면 장산마을.

전남지방경찰청 501전경대 소속 전경 80여명이 마을 곳곳에서 흙탕물을 뒤집어 쓴 농기계를 씻고 물에 잠겨 못쓰게 된 가재도구를 치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마을 최연경씨(50)는 “마을이 물에 잠겨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와 다시 일어설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태풍 ‘메기’가 휩쓸고 간 전남지역 수해 현장에서 온정이 피어나고 있다. 공무원과 군인, 경찰 뿐 아니라 기업체와 봉사단체 회원들이 5일째 피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피해복구에 안간힘=폭우로 1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전남 나주, 장흥, 화순에서는 23일 5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복구작업에 투입됐다. 군인 2100여명, 공무원 1200여명, 경찰 900여명 등이 무너진 둑을 막고 버려진 시설물을 치우는 등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원봉사자들의 일손 돕기와 위문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광주지사 직원 45명이 이날 오전 나주시 산포면에서 유실된 하천 도로를 보수하고 광주은행 직원 50명도 왕곡면에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웠다. 경남도는 이날 2000만원 어치의 농협상품권을 전남도에 보내왔다.

이에 앞서 휴일인 22일 광주지역 종교인 250여명이 나주시 남평읍을 찾아 침수된 주택의 쓰레기를 치우고 가재도구를 정리했다.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 학생 100여명도 세지면에서 마을 청소를 하면서 주민들의 일손을 도왔다.

나주시 관계자는 “벼를 일으켜 세우고 가재도구를 손보는 것은 대충 마무리됐으나 제방이나 도로 등 공공시설 복구를 위한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지역 선포 건의=23일 현재까지 전남지역 태풍 피해액은 1222억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500여동의 주택이 전파 또는 반파되고 이재민이 1224세대 2644명이 발생했다.

또 농경지 2만495ha가 침수되고 하천 398개소, 수리시설 165개소, 교량 85개소 등이 무너지고 파손되는 등 기반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22일 전남지역 일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중앙재난본부가 재난의 심각성을 판단해 대통령이 선포하며 선포된 지역은 복구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특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