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잘려나가는 용유도 오성산

  • 입력 2004년 8월 11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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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낙조, 선녀기암, 오성단풍…. 용유도가 자랑하는 팔경(八景)이 사라진다.’

인천 용유도의 최고봉이자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한 오성산(해발 171m)이 인천국제공항 제2단계 조성공사로 인해 지난달초 부터 무참히 잘려 나가고 있다.

이는 물론 항공기 안전을 위한 적법한 조치. 이 산은 2008년 말 개항 예정인 인천공항 제3활주로에서 반경 4km 이내에 속해 항공법 규정에 따라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발 52m까지 절토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오성산을 아끼던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산이 인천시가 조성하려는 용유도·무의도 국제관광단지와 가까운데다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절토 훼손에 대한 행정 절차와 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오성산에 이어 을왕해수욕장과 왕산해수욕장 뒤편의 당제산(을왕산), 왕산에서도 절토공사를 2006년경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공사 현장=9일 오성산 정상으로 향하는 4곳의 출입구를 통해 덤프트럭들이 부산하게 들락거리고 있었다.

정상 주변에 있던 아름드리 수목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황토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사 현장 곳곳에는 ‘식수난 해결하라’등 주변의 중구 덕교동과 남북동 500여가구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북동주민대책위원회 조창남 위원장(44)은 “절토 공사가 시작되면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가구에 물이 나오지 않아 관정을 30m에서 70m로 더 파고 있다”며 “암반 발파에 따른 소음과 먼지 피해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성산 절토사업에 대한 주민공람을 실시하지 않은데다 대체 녹지조성계획을 확정짓지 않은 채 공원을 훼손한 것은 불법”이라며 최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오성산의 절토사업을 진행하면서 ‘재해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당국 입장=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성산의 구릉지대 4만6900평을 잘라내면서 생기는 351만1600m³ 규모의 토석을 활주로와 탑승동 기반공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건설교통부로부터 사업실시계획을 승인 받았고 3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공원점용허가도 받았다.

또 행정자치부는 오성산이 단순한 산림이 아닌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절토공사에 앞서 재해영향평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인천공항공사 부지조성1팀 김영웅 팀장은 “적법한 절차를 모두 밟았기 때문에 오성산 절토사업을 2008년까지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체 녹지공원 조성계획은 내년 하반기에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유·무의 주민대책협의회 김동준 자문위원(49)은 “국책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법규를 무시하고 도시공원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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