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서모씨(59)의 아들은 군 입대 후 훈련 중 1999년 5월 트럭을 피하려다 허리를 다쳤다. 이후 몸에 피멍이 생기고 잇몸에서 피가 나는 일이 잦아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고 2000년 5월 의병 제대했다. 아들은 제대 4개월 만에 숨졌고 국가유공자로 판정됐다.
아들을 잃은 서씨는 치료비 때문에 진 빚을 갚기 위해 국방부 등에 가료비(加療費·치료와 간병에 든 비용)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법전’을 근거로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라며 서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서씨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씨는 이번에는 지자체인 서울시에 가료비를 청구했으나 서울시는 ‘대한민국 법령집’을 근거로 “지자체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회신만 보냈다.
국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자 서씨가 전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법전에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부는 1994년 국가유공자예우법(42조3항)을 개정하면서 ‘국가가 가료비를 부담’하되(본문) ‘특별한 경우에는 지자체가 일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단서조항) 했다. 대한민국 법령집에는 이 내용이 제대로 실려 있다.
하지만 당시 국회 공무원이 법제처에 잘못 통보했고, 법제처는 잘못된 법조문을 관보에 실었으며, 출판사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법전에는 본문과 단서조항의 주어가 서로 뒤바뀌어 기재됐다.
서씨의 지적이 제기되자 법제처는 오류를 인정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도 “잘못 기재된 법전을 근거로 재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는 11일 “공무원의 잘못으로 가료비를 못 받았을 뿐 아니라 소송에서 지는 등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