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법무 ‘인간성 좋은 검사’ 발언 검찰 반응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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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좋은 검사’를 강조한 김승규(金昇圭) 신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대체로 신선하고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이지만, 일부에서는 수사에서 인간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김 장관은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을 배려하는 수사를 하기 위해 인품이 좋은 검사를 특수부에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방식에 대해 “인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진단하고 “정의와 사랑, 정의와 인권은 함께 존중돼야 하며 그럴 때만이 국민의 신뢰와 인정,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예를 들면 기업가가 고용 많이 하고 수출 많이 하면 애국자 아닌가. 기업가 조사할 때 세금 많이 내고 수천명 고용한 업적을 인정하고 위로하면서 수사하면 얼마나 고마워할까”라고 말해 기업인에 대한 합리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배경에 대해 검사들은 “김 장관이 1년5개월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가지 시각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김 장관은 올해 상반기 대선자금 수사 당시 건설업체 ㈜부영 이중근(李重根) 회장과 현대비자금 사건의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 나라종금 사건의 한광옥(韓光玉) 전 민주당 대표 등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한 중견 검사는 “정치인의 뇌물과 정치자금 수사는 당사자 진술 외에 직접 증거가 없어 피고인을 추궁하는 게 보통인데, 한번은 재판 때 변호인이던 김 장관이 ‘몰아가는 수사는 안 된다’며 (검찰을) 질타하더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 볼 때 ‘강압 수사’ 관행이 녹음·녹화제 등 과학적 수사방식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검 간부는 “김 장관은 2001년 대검 공판송무부장 시절 검사장으로는 처음으로 외국에 가 선진국의 과학적 수사방식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은 “수사가 인간성만 갖고 되느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지방검찰청 특수부의 한 검사는 “인품을 강조하는 장관의 뜻은 이해하지만, 인품을 기준으로 검사보직을 결정한다는 것은 현실감이 없는 순박한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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