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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2일 2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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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남 여수시 월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은 정유업계 사상 초유의 전면 가동 중단사태를 맞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조업 중단 4일째인 이날 원유 정제량이 가장 많은 제4공정을 비롯해 일부 공정이 정상 가동됐으나 아직도 상당수의 공정이 올 스톱 상태다. 공장을 재가동하기 위해 엔지니어, 퇴직 근로자 등 400여명이 투입됐지만 생산라인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회사 측이 800여명의 노조원들에게 복귀를 요청했으나 돌아온 근로자는 30여명에 불과해 37년 만에 문이 닫힌 공장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이 회사 노승대 업무팀장은 “조합원 복귀율이 저조해 대체 인력으로 공장을 최대한 가동한다고 해도 가동률이 80%에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LG칼텍스정유 등 석유화학계열 72개 업체가 가동 중인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가 최근 파업 회오리에 휩싸여 있다. 여수산업단지는 지난해 110개 전체 가동업체 매출액이 25조원에 달한데다 수출액이 62억 달러로 국내 기간산업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인 여천NCC㈜ 파업사태 이후 이렇다할 노사분규가 없었던 산업단지에 LG칼텍스정유를 시작으로 석유화학계열 업체들이 잇따라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파업 후폭풍이 불고 있다.
현재 파업 중인 곳은 폴리우레탄의 원료를 생산하는 한국바스프㈜와 페놀 등을 생산하는 금호피엔비화학㈜, 삼남석유화학㈜ 등이다. 삼남석유화학은 부분파업을 벌이던 조합원 150여명이 21일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면 파업에 들어가 제1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3개 공장은 대체 인력으로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LG칼텍스정유로부터 폴리에스텔 원료의 75%를 공급받고 있는데 가동 중단으로 공급이 여의치 않은데다 조합원들까지 파업에 나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을 투입해 공장을 돌리고 있으나 안전이 문제”라며 “석유화학공장 특성상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장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대체 인력의 안전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바스프도 제품생산이 중단돼 하루 2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산단 내 ‘파업 도미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여수지역 87개 사회단체가 여수산단 입주업체 노조의 파업에 대해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고,여수시장과 여수지방노동사무소장 등도 산업평화를 바라는 호소문을 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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