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NLL침범’ 허위보고…北 “호출했는데 南측 응답안해”

  • 입력 2004년 7월 16일 18시 28분


해군이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것으로 추정한 북한 함정으로부터 ‘핫라인’ 호출을 받고도 이를 묵살한 채 경고 함포사격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해군은 사건 직후 상부에 북한의 무선호출이 없었다고 허위 보고를 했으며, 15일 북한의 항의와 이에 대한 정보 당국의 조사가 있기 전까지 20시간 이상 이를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에게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 남대연(南大連) 공보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에서 “어제(15일) 밤 북한으로부터 ‘우리(북측)가 호출을 했는데 남측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함정은 14일 핫라인으로 ‘지금 (남쪽으로) 내려가는 선박은 우리(북측) 어선이 아니고 중국 어선이다’라는 내용을 우리 함정에 세 차례 송신했으며 우리 함정은 이를 정확히 수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북한 함정이 NLL을 침범해 우리 함정이 핫라인으로 세 차례 경고방송을 했으나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 함정이 2발의 경고 함포사격을 하자 14분 만에 되돌아갔다”고 발표했었다.

국방부 자체 조사 결과 서해 2함대사령부는 당시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에 북한의 무선호출 사실을 보고했으나 이와 함께 보고하게 돼 있는 합동참모본부에는 ‘우리측 경고방송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

또 2함대사령부의 보고를 받은 해작사는 이후 합참이 언론에 잘못된 내용을 발표했음에도 사실을 계속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단장 박정조 국방부 동원국장·육군 소장)을 2함대사령부로 급파해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할 방침이다.

한편 국방부는 북한이 NLL을 넘은 선박을 ‘중국 어선’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첨단 정보수집장비인 해군전술자료체계(KNTDS)를 통해 문제의 선박이 북한 함정들이 출항하는 황해도 장산곶에서 출발해 NLL을 넘는 항적(航跡)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북측은 19일 남북장성급회담 실무대표 접촉에서 남측 해군의 허위 보고에 대해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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