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채 신임 문광부 장관의 교수 공채 인사청탁 진정서 전문

  • 입력 2004년 7월 1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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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지난 6월 25일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 비공개로 신고한 내용이다. 이 내용이 3일이 지난 28일 늦게 사정비서설로 이첩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사안 정도는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청와대는 일체 본인에게 아무 회신 없이 예정대로 30일에 이해찬총리 인준과 동시에 정동채의원을 문광부장관에 임명하였다.

본인이 제기한 문제가 별 일이 아닌 것인지 여러분이 판단해주시기 바란다.》

정동채장관의 교수 공채 인사청탁

며칠전 본인이 겪은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지 고민 끝에 이곳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비공개로 알려드리고 청와대측의 반응을 들어본 뒤에 필요하다면 대응 방안을 찾아봐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글을 올립니다.

본인은 20여년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었으며 지난 2001년도에 예술학부 연기예술학전공이 신설되면서 원래 전공인 이 학과로 적을 옮겨 현재 주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내년에 부임할 연극 및 문화이론 전공의 신임교수 공개 채용을 위한 심사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이른 아침에 평소 업무관계로 몇차례 만난 적이 있던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이 집으로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해서 이튿날 삼청동의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용건인즉 이번 성균관대 교수 공개 채용에 지원한 불문학박사 김효씨를 잘 봐달라는 인사 청탁이었습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직후 노대통령의 제 一聲은 “인사 청탁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개혁의 첫 단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이 노 후보의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환영해 마지 않았으며 그 약속이 반드시 지켜질 것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난 지금 과연 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요? 제가 속한 문화계에서는 정부 출범 직후부터 거의 모든 문화예술 관련 단체장의 인사를 특정 계열의 예술인들이 싹쓸이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이에 대한 문화계의 반발이 언론 기사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최근에는 예술의 전당 사장 자리를 놓고도 세간에는 정동영계와 신기남계와 이창동계가 힘겨루기를 하다가 마침내 정동영계가 차지했다는 식의 소문이 무성합니다. 본인은 물론 이런 소문들의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믿고 싶지도 않으며 어느만큼 사실에 기초했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부풀려 진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며칠전 오지철차관을 만난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겠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오차관을 만난 다음날 본인은 자청해서 오차관을 통해 김효씨를 만났습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분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를 통해서 오차관으로 하여금 내게 이런 청탁을 하게 되었는가고. 그 분은 오차관과 똑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차기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되어 있는 정동채의원에게 부탁을 했고 정의원은 본인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오차관을 시켜서 본인에게 이 같은 청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정의원에게는 누가 청탁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분의 대답은 평소 정의원과 교분이 두터운 자기 남편인 서프라이즈의 대표, 서영석씨가 청탁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상이 본인이 며칠 전 겪은 일의 전말입니다.

본인은 위에 거명한 어느 누구와도 친분이 없습니다. 더구나 성균관대학교는 정부 여당의 산하기관도 아닙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스스럼 없이 청탁을 해대는 판이면 그들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기관, 단체의 인사는 어떻게 주물러 왔을까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정동채의원, 서영석씨 같은 분의 위상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그 분들이 이럴진대 그 아래로 내려가면 어떠할가는 불을 보듯 훤하지 않습니까?

물론 참여정부 안에는 강직하고 정직한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그런 분들의 빛이 가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본인은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몇 번을 망서렸는데 본인과 몇차례의 업무상 만남밖에 없었던 오지철차관에 대한 배려때문이었습니다. 심부름을 한 죄밖에 없는 그 분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못하지만 이번 일을 그냥 덮고 넘어갈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본인의 글을 읽고 청와대에서 숙고하신 뒤에 적절한 회신을 바랍니다.

6월 25일

정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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