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30일 19시 0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근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몇 달째 사건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서울 A경찰서는 강력반 형사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지구순찰대 직원들의 의사를 물었지만 희망자가 아무도 없었다. 이 경찰서 서장은 “‘수사경찰이 일에 미쳐야 사건이 해결된다’는 말도 있는데 직원들이 몸을 사리는 모습에 격세지감만 느낀다”며 한숨을 지었다.
살인범죄의 양상이 변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사건 현장을 지키는 일선 경찰의 사기 저하가 경찰 수사력 빈곤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경찰의 역량 확보방안과 사기 진작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구순찰대’ 제도가 범죄예방 장애물=경찰은 지난해 8월 기존 파출소를 지구순찰대로 개편한 것을 수사경찰 사기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경찰청 강희락 수사국장은 “파출소가 담당했던 우범자 관리기능이 약화된 것도 강력범죄 예방능력이 떨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구순찰대 근무 직원의 경우 3교대 근무가 가능해지고, 각종 수당도 늘어나 수사 파트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도 수사경찰 사기 저하의 다른 이유”라고 진단했다.
비리척결 차원에서 지난해 7월 단행된 수사형사 대폭 물갈이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사정에 밝고, 첩보수집 능력도 뛰어난 형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수사의 단서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
미제사건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수사본부를 설치하지 않거나 뒤늦게 설치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수사지휘부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져 나온다.
▽베테랑 수사경찰이 없다=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사경찰의 경력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사경찰은 총 1만6211명. 전체 경찰관(9만2165명)의 17.5%를 차지한다.
그러나 수사경찰의 59%가 경력 5년 미만이다.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수사경찰은 2002년 19.5%에서 지난해 15.6%로 감소했으며,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 베테랑 경찰관의 대량 퇴출은 수사력에 있어 커다란 손실”이라고 분석했다.
수사경찰의 경력이 낮아진 것과 반비례해 1인당 담당사건 수는 2002년 91건에서 지난해 116.8건으로 늘었다. 수사활동비 등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수사활동비는 경찰측이 적정선이라고 파악하는 7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형사 1인당 월 25만∼30만원에 불과하다.
▽전문수사경찰 육성해야=전문가들은 성격이 변화하는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선진국형 수사기법의 도입과 수사경찰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청 과학수사과는 이를 위해 7월부터 미 연방수사국(FBI)의 강력범죄자 체포프로그램(VICAP)과 유사한 범죄분석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기존의 수사자료를 분석하고, 피의자에 대한 성격 평가 등을 통해 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사경찰을 특채하고, 수사경찰에게 승진이나 인센티브 수당을 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실장은 “여러 방법을 통해 전문수사경찰을 적극 육성하고, 경력이 풍부한 노련한 수사경찰로 전담반을 구성해 수사를 담당하도록 하는 등 수사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