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파업 장기화조짐…일부 병동 환자 못받아 ‘夏鬪 뜨겁다’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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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경고하는 등 노동계 하투(夏鬪)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보건노조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등 6개 병원 로비에서 3일째 벌여 온 농성을 중단하고 사용자(병원)측과 교섭을 재개했으나 ‘주40시간 근무제’ 시행방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보건노조는 “교섭 타결을 위해 6개 병원에서 전개 중인 농성투쟁을 15일까지 중단한다”면서 “산별교섭에 불참하는 병원에 조합원을 파견해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이 5일째 계속됨에 따라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이날 수술 건수가 평소의 절반인 60건으로 떨어졌다. 또 4700∼4800명이던 외래환자가 약 4000명으로 줄었고 대기 시간도 30분 이상 길어졌다. 수납창구 대기자는 평소 30명 안팎에서 100여명으로 늘었다.

서울대병원 컴퓨터단층촬영(CT)실 관계자는 “CT는 보통 3, 4일 전 예약하면 가능했으나 지금은 열흘가량 촬영 예약이 밀렸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닷새째인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5일제 실시’ 등을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일시적으로 병원 로비 농성을 중단했다.-박영대기자

고려대 안암병원은 파업 시작 이후 입원환자 306명이 빠져나가 병상가동률이 90%에서 72%로 떨어졌다. 소아과병동의 한 간호사는 “소아병동은 간호사가 부족해 입원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의 입원 환자 수는 800명선에서 700명선으로 떨어졌다.

한편 이수호(李秀浩)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과 택시 사용자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16일로 예정된 총력투쟁이 총파업 수준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시연맹은 이날 찬성 78.4%로 파업찬반 투표를 가결하고 “16일 전국에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속노조도 16일 4시간 경고 파업을 벌인 뒤 23일 2차 파업, 이달 말 3차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금속연맹은 쟁의 찬반투표를 거쳐 29일 집중투쟁을 벌이기로 해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이 아니더라도 산별 연맹이 연대하는 총파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전국보건의료노조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14일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과 병동이 텅 비어 있다. 수술 일정이 연기되고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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