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총파업…'하계투쟁' 시동

  • 입력 2004년 6월 10일 17시 41분


올 들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침묵을 지켜 왔던 노동계가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시작으로 '하계투쟁(하투·夏鬪)'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일단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에 대해 필수업무의 유지를 조건으로 파업을 허용한 데다 보건의료노조도 파업참가 인원을 최소화, 병원 업무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파업참가 인원이 늘어나면서 외래진료가 차질을 빚을 경우 여론의 비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 및 전망=보건노조 소속 121개 병원 가운데 88개가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7월1일부터 주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주40시간제에 대한 노사의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 노조측은 하루 8시간씩 주5일을 근무하고 토요일을 쉬는 '온전한 주5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인력도 최소 10%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 노조는 "간호사들처럼 1일 3교대제를 하는 직원들은 가뜩이나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월차 100% 사용보장, 밤근무 후 이틀 연속 휴가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병원의 공공성을 고려, '평일 7시간, 토요일 5시간 근무를 통한 주6일 근무제'를 주장하고 있다. 악화된 경영여건 상 인력충원도 어렵기 때문에 변형근로를 통해 주40시간제를 실시하자는 구상. 사측은 또 환자들의 상당수가 '토요일 진료'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중노위가 필수공익사업장인 병원에 대해 과거와 달리 직권중재를 보류한 것도 이 같은 양측의 주장에 일면 타당성이 있기 때문.

하지만 파업이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임금이나 비정규직, 의료공공성 확대, 산별협약 등의 쟁점은 주5일제만 타결되면 큰 문제없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중앙 단위의 총파업은 최대한 자제하고, 파업을 하더라도 민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2002년 성모병원 파업 때 여론의 비난 때문에 결국 백기를 들었던 전례도 부담이다.

사측 역시 병원 파업이 계속될 경우 경영수지 악화는 물론 병원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가능한 한 조기에 협상을 끝내겠다는 복안이다.

▽하투에 영향=보건노조의 총파업이 금속노조와 택시연맹, 공공연맹의 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쳐 투쟁 강도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속노조는 최저임금 76만6140원 보장과 구조조정 노사합의, 산업공동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14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뒤 22일 전면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택시연맹도 요금 인상계획 백지화와 업계 구조개혁, 생존권 보장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13일까지 찬반투표를 통해 16일 총파업에 돌입키로 한 상태.

특히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등 궤도연대는 주40시간제 근무에 따른 7224명 증원과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및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다음달 둘째 주 총력 집중투쟁을 선언, 교통대란도 우려된다.

▼조건부 직권중재 보류란▼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 또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을 통해 분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거나, 파업 등 쟁의 행위 때도 필수업무를 유지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 중노위가 내리는 결정.

직권중재 결정은 이후 15일 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의 중재안을 노사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반면 조건부 직권중재 보류는 조건만 준수하면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가능하다. 대신 노조가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중노위는 곧바로 직권중재에 회부하게 되고 이후의 파업은 불법이 된다.

조건부 직권중재 보류 기준은 노동기본권 보장과 공공복리의 조화를 위해 지난해 5월 신설됐다. 지방노동위가 한 번 결정을 내린 적이 있지만 중노위 차원의 결정은 처음이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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