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두루미 이어 황새도 'japanese' 되나

  • 입력 2004년 5월 31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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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서 검색해본 '따오기'. 윤극영의 동요 '따오기'에 대한 설명 아래, 'Japanese Crested Ibis'란 영문 표기가 눈에 띈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서 검색해본 '따오기'. 윤극영의 동요 '따오기'에 대한 설명 아래, 'Japanese Crested Ibis'란 영문 표기가 눈에 띈다.
"따오기·두루미에 이어 황새도 'japanese'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새복원센터 박시룡(朴是龍·한국교원대학교 생물교육학과 교수) 소장이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박 소장은 "일본 조류학자들이 최근 학술지나 학회지 등에 논문을 기고할 때, 아시아 지역 황새의 공식 영문명인 'Oriental White Stork' 대신 'Japanese White Stork' 표기를 관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내 대부분의 동물원 황새우리 앞에 이미 'Japanese White Stork'로 표기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그는 "황새는 예로부터 영물이자 길조로 여겨져 온 우리 새"라며 "그러나 미래 후손들은 황새를 '일본의 새'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따오기·두루미·휘파람새는 이미 'Japanese'▽

어미 황새 '청출'(사진 왼쪽)이 잠깐 쉬는 사이, 수컷 '자연'이 둥지를 지키고 있다.

실제로 우리 민족에 친숙한 새인 '따오기'와 '두루미'의 공식 영문명도 이미 'Japanese Crested Ibis'와 'Japanese Crane'으로 바뀌었다는 게 그의 주장.

박 소장은 "국내 조류학계에선 여전히 'Ibis'와 'Crane'으로 쓰고 있지만, 전 세계에선 이들 이름 앞에 'Japanese'를 붙인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년전 한 외국 학회지에 '휘파람새(Bush Warbler)'에 관한 연구 논문을 제출한 적이 있다"며 "당시 해당 학회측에서 'Japanese Bush Warbler'로 정확히 표기해달라고 해 항의한 적도 있다"고 했다.

박 소장은 "일본의 조류 연구엔 천황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라며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황새가 '일본 새'로 전 세계에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우리 황새는 'Oriental White Stork'가 맞아"▽

황새는 국내에선 '천연기념물'이지만, 호주 및 북아메리카의 북부를 제외한 전세계에 분포한다.

박 소장은 "독일만 해도 40만~50만 마리의 황새가 서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황새와는 다른 종"이라고 했다.

현재 황새복원연구센터에 있는 황새들은 러시아와 중국 동북부 및 일본 등지에 서식하는 황새들과 같은 종. 영문명은 'Oriental White Stork'다.

반면 유럽에 있는 황새는 'European White Stork'로 불리며, 우리 황새와는 유전적으로 '별종'이다.

박 소장은 "우리 황새와 같은 종은 중국 양쯔강 유역에 2500여마리, 러시아 아무르 지역에 600여마리, 일본에 107마리만이 남아 있다"며 "유독 일본만이 'Japanese White Stork' 표기를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들 황새는 모두 예전 한반도에 텃새로 살던 황새와 유전적으로 100% 같은 종"이라며 "복원 사업이 의의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새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절실해"▽

지난 9일 두 개의 알이 부화에 성공한 직후의 모습. 나중에 부화한 새끼 황새 한 마리는 현재 인큐베이터에서 양육을 받고 있다. ⓒ황새복원연구센터

박 소장은 "비단 황새의 명칭뿐 아니라, 복원 사업 전반에 대해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근친 교배를 막고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러시아-일본-중국-한국간 개체 교류가 필수"라고 했다.

이를 위해 연구센터는 러시아뿐 아니라 일본, 중국과의 개체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황새연구복원센터에서 최근 부화에 성공한 황새 알들. 이 중 두 개는 지난 9일, 나머지 하나는 지난 16일 부화했다. ⓒ황새복원연구센터

그러나 박 소장의 이러한 노력들은 지난 연말 결정적 장벽에 부딪혔다. 바로 조류독감 확산에 따른 당국의 수입 금지 조치다.

박 소장은 "외국에 어렵게 요청해 일년에 고작 한두 마리 들여오는 황새를 '일괄 수입금지'로 닭·오리와 묶는 건 문제가 있다"며 "수입을 허용하되, 개체 수가 적은 만큼 철저히 검사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다음달 3일 교원대 캠퍼스 안에선 '제2회 황새 사랑 축제'가 열린다. 지난 1998년 첫 행사 이후 6년만이다.

이번에 탄생한 3마리 새끼 황새의 이름도 네티즌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공모한다.

"청와대측에 대통령의 참석이나 영상 축하 메시지를 부탁했다"는 박 소장은 "하지만 '탄핵 사태 이후 외부 행사를 가급적 삼가고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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