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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0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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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에베레스트(해발 8850m)를 단독 등정하던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38·영원무역)는 정상 근처에서 박무택(朴武宅·36) 등반대장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베이스캠프에 알려왔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에베레스트 등반에서 가장 힘든 구간으로 알려진 ‘세컨드스텝’(해발 8750m) 바로 위 지점이다.
계명대 원정대는 18일 북동릉 코스로 박 대장과 장민 대원(27·수학통계학과 3년)이 함께 정상을 정복한 뒤 2차 공격조인 백준호 부대장(37·경영학과 졸업)과 합류해 해발 8300m 지점의 ‘캠프5’로 내려오던 길이었다.
계명대 산악회 관계자는 “박 대장과 장 대원이 하산하던 중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탈진상태에 빠져 구조를 요청해 백 부대장이 이들을 도우러 나섰는데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박 대장은 탈진한 상태로 현장에서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나머지 2명도 연락이 끊긴 뒤 시간이 많이 흐른 점으로 미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원정대원 7명 가운데 나머지 4명은 각각 베이스캠프와 공격거점 캠프에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박 대장의 부인 권엄분씨(33)는 “남편이 ‘정상을 정복하고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사고를 당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자 수색에 나선 현지 산악인들은 조난 지점이 정상에 가까운 고지대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장은 96년 가셔브롬 2봉(해발 8035m)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6개를 등정한 베테랑으로 에베레스트는 2002년에 이어 두 번째 등정이었다. 한편 계명대는 이날 산악회 회원 1명을 현지로 보내 사태 수습에 나서는 한편 대구동산의료원에 분향소를 설치키로 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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