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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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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일정이 연기된 것은 대북송금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대북송금 특검팀은 지난해 6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북한측이 경호상의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이날 공판은 대북 불법 송금과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SK 및 금호 자금 1억원 수수 사건 등이 병합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주흥·李宙興) 심리로 열린 박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 그는 “참배 문제로 청와대에 불려 다니느라 현대에서 150억원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북한에 가면 김 주석의 시신을 참배하게 돼 있는데 당시 예비접촉 합의문에는 참배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우리가 참배를 거부하자 북한은 방송사 보도진을 일시 억류하고 이들을 추방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에게서 심하게 질책을 받았다는 박 전 장관은 “참배 문제는 출발일인 6월 13일 아침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으나 북한측이 ‘평양에 들어와서 협상하자’고 긴급 전문을 보내 와 방문단이 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새 정부(노무현 정부) 인수위에서 ‘DJ(김 전 대통령)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나서라’고 했을 때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며 “모멸감을 참지 못해 북한산에서 자살하겠다고 생각하고 바위까지 정해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눈 뜨고 죽지, 무릎 꿇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방북 초청도 승인을 받았으나 실제 방북은 정치적 이유로 무산됐다”고 소개했다.
▼'대북송금 항소심' 징역 20년 구형▼
또 박 전 장관의 변호인은 “(박 전 장관에게 150억원을 받아 관리했다는) 김영완(金榮浣·미국 체류)씨는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인 만큼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김씨가 1999년 4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 골프를 함께 친 120여회의 골프장 이용 기록을 공개했다. 이 기록에는 국회의원 L씨, 지방자치단체장 C씨 등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安大熙)는 이날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에 추징금 148억5200만원을 구형했다.
박 전 장관은 1심에서 대북송금과 현대비자금 수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2년과 추징금 147억5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SK 및 금호 자금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공판은 6월 11일 오전 10시.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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