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가 최고/검단2동 불로마을

  • 입력 2004년 5월 10일 21시 21분


“옛날에는 우리 동네를 휘감고 있는 만수산에 산삼과 약초 등이 널려 있었지. 노인들이 이 산에서 자라는 약초와 나물을 먹고 장수했다는 소문이 퍼져 ‘불로(不老)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어.”

인천 서구 검단2동 불로마을은 인천에서 노인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로 유명하다.

대부분 벼농사를 짓는 150가구 400여명의 원주민 가운데 올해 100세가 된 문섭섭 할머니를 비롯해 80세 이상 주민이 40여명이나 된다.

이 마을에는 2개의 축구모임이 있다. 60세 이하 40명으로 구성된 조기축구회와 60, 70대 할아버지 30명이 모인 실버축구회가 매주 일요일 오전 동네에 있는 불로초교 운동장에서 시합을 갖는다.

두 축구모임은 번갈아가며 음식을 장만해 유니폼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 뒤 잘 빚은 막걸리를 곁들여 함께 나눠 먹고 있다.

“모든 회원이 어렸을 때 개울에서 함께 멱을 감으며 물장구 치고, 논두렁에서 썰매 타던 동네 선후배들이에요. 그래서 단합이 잘 됩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마을 주변에 고층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1994년 당시 30, 40대 주민이 모여 만든 ‘불로청장년회’는 아직까지 조상대대로의 전통 미풍양속을 계승하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건강, 풍년 등을 기원하는 대동굿도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이틀 동안 열리는 굿이 시작되면 주민들은 마을회관 등에 모여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등 순식간에 동네잔치로 바뀐다.

매년 5월이면 동네 노인들을 모시고 전국의 유명 온천 등으로 효도관광을 떠나고 수확이 끝난 가을에는 주민노래자랑대회를 연다.

지난해 여름 이 마을에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반가운 손님이 잇따라 찾아왔다.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반딧불이가 6월 만수산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것.

또 7월에는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여름철새인 왜가리 100여마리가 만수산과 주변 논에 날아들었다.

왜가리가 논에서 개구리와 미꾸라지, 뱀 등을 잡아먹는 모습을 본 마을 주민들은 수년째 농약을 줄이고 유기농법을 이용해 농사를 지은 결과라며 크게 반겼다.

400년 넘게 조상 대대로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서구의회 문희출 의원(48)은 “웃어른을 공경하고 주민끼리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살아 있는 따뜻한 동네”라고 말했다.

95년 경기 김포시에서 인천 서구로 편입된 검단동은 2002년 인구 증가에 따라 다시 2개 동(洞)으로 나눠졌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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