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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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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피아니스트 한인하(韓仁河·89·전 경희대 교수)씨가 피아노계에 공헌한 연주자에게 주는 ‘한인하 피아노상’을 만든다. 한씨는 10일 “매년 피아노 음악 발전에 공이 큰 인물을 선정해 10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2000년 12월 동아일보사에 1억원의 기금을 기탁해 동아음악콩쿠르 피아노부문 1등 수상자에게 매년 1000만원씩을 주는 ‘한인하상’을 만들었고, 같은 달에는 경희대에 학교 발전기금 1억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한인하 피아노상’은 당초 6월에 첫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준비과정에 시간이 걸려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패에는 ‘상장’이 아니라 ‘감사장’이란 표현을 쓰려고 해요. 고독한 피아니스트의 길을 묵묵히 걸어 성취를 이룬 데 대한 감사의 표시죠.”
한씨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최초로 도쿄예대(현 우에노음대)로 유학을 떠나 이 학교 대학원에서 세계적 피아노 거장 레오니드 크로이처를 사사했다. 귀국 후 1956년 김생려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해 한국 최초의 여성 협주곡 솔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 음대 교수를 거쳐 경희대 기악과장 등을 지내면서 후진들을 양성했다.
음악계에서는 고 박흥식(朴興植) 화신그룹 회장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음악학교를 만들어 교수로 모시고자 한다기에 처음 만났지요. 두세 번 만난 뒤 ‘혼인하자’며 엉뚱한 얘기를 하기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엊그제 같군요.”
그는 90년대 초반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여전히 단아함을 잃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해진 모습은 보이기 싫다”며 사진촬영만은 극구 사양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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