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부고 보고 喪主집 털어

  • 입력 2004년 5월 6일 18시 46분


현직 경찰관이 장례 때문에 집을 비운 상주(喪主)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절도행각을 벌이다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6일 신문 부고(訃告)란과 인터넷 전화번호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알아낸 빈집에 침입해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경기 화성경찰서 모 지구대 이모 경장(42)과 공범 배모씨(39)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월 28일 오전 3시경 상을 당한 H건설 간부 정모씨(51)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빈 아파트에 침입해 현금 3000만원과 사파이어반지, 돌반지 등 3000여만원어치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경장 등은 장례식 때 상주의 집이 비는 점을 이용해 범행 전날 정씨의 부고를 보고 인터넷 전화번호 검색 사이트에서 정씨의 아파트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이들은 이어 정씨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정씨가 상을 당해 조화를 배달해야 하니 몇동 몇호인지 가르쳐 달라”고 속여 자세한 주소를 알아낸 뒤 정씨 집 현관문을 부수고 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범행 직전 발신자 제한 전화로 정씨 집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경장은 빚보증과 은행 대출로 1억원에 달하는 빚을 져 1년 동안 월급이 압류됐고, 이 경장이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배씨는 1년 전 다단계 판매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생활이 어렵게 되자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 아파트에서 모두 3, 4차례에 걸쳐 1000만원가량을 더 훔쳤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를 수사 중이다.

한편 경찰청은 6일 부하직원에 대한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박종한(朴鍾漢) 화성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후임에 윤성복(尹晟馥) 경기경찰청 경무과장을 임명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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