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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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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북 지원창구가 지나치게 다원화하면서 지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용천 참사에 따른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을 중간 평가한다.
▽민간단체들의 순발력=현재 북한 구호활동은 정부 지원,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민간 지원, 적십자사를 제외한 민간단체들의 지원 등 세 가지 경로로 전개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일이 지난 현재 적십자사를 제외한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지원한 의약품, 생필품 등 구호물자는 모두 130억원 상당. 추가로 지원될 성금과 구호품을 포함하면 전체 지원액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간단체들이 사고 초기에 보여준 순발력은 뛰어났다. 지난달 27일 남측의 구호물자로는 처음으로 담요 5000장이 민간단체 월드비전에 의해 북한에 전달됐다.
민간 차원에서는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건설 복구 장비도 ‘북녘용천에 새 희망을 범국민캠페인본부’가 발전기 3대를 지난달 30일 사고 현장에 들여보냄으로써 민간단체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날 북측은 4만달러 규모의 구호품을 전달한 남측 민간단체 ‘선한사람들’에 “귀측에서 구호품을 보냄으로써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며 공식적인 감사의 뜻과 함께 계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 김훈 조직국장(34)은 “사고 초기에 ‘북한을 돕자’는 여론형성을 주도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축적된 경험이 바탕=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 규모는 1995년 25만달러에 불과했으나 1997년 2056만달러, 2001년에는 6494만달러로 정점에 달했다.
1997년부터 남북 적십자사간 직접전달 방식이 도입돼 지원량이 크게 증가했고 1999년부터는 민간차원의 대북 지원창구를 다원화하는 조치가 발표돼 개별 단체의 지원이 늘어났다.
이번 사고에 민간단체의 신속하고 풍부한 지원이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축적된 대북 지원 경험과 민간 특유의 유연함이 있었기 때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손종도 정책홍보팀 부장은 “1997년 북한 옥수수 지원 당시와는 다르게 작은 민간단체들이 꾸준히 대북 지원을 해왔던 기반이 있어 이번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효율성 문제가 숙제=민간의 대북 지원 움직임을 억지로 단일화하기보다는 다원화, 자율화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창구 다각화에는 비체계적 지원, 중복 지원 등 효율성 저하라는 비용도 따르기 마련. 현재 용천 구호 활동에 나서는 단체나 연합체는 10여개에 이른다.
허문영(許文寧)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대북 지원은 창구 단일화에서 다원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나친 다원화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단체간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문영(許文寧)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대북 지원은 창구 단일화에서 다원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나친 다원화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단체간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3살때 탈북 이기문군 인터넷 라디오 통해 北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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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북한 평양에 살다가 세살 때 엄마 등에 업혀 한국에 왔어. 너희들 소식은 신문으로 읽었단다.”
탈북자인 이기문군(8)은 지난달 30일 밤 어머니와 함께 탈북자들이 만든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인 자유북한방송(www.freenk.net)의 서울 동대문구 방송실을 찾았다. 이군의 손에는 자유북한방송이 제작하는 용천역 폭발사고 특집프로그램에서 읽을 편지 한 통이 들려 있었다.
이군은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 3년생. 1998년 북한 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시인이었던 어머니 최진이씨(45)와 함께 탈북해 2000년 서울에 정착했다.
이군은 이날 신기한 듯이 방송장비를 만져보더니 의자에 올라앉아서 편지를 1~2분간 읽어 내려갔다.
“…애들아, 지금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너희를 돕겠다고 헌금을 하고 있어. 약도 보내고 먹을 것도 보내고 있어. 그러니까 기운 잃지 말고 힘내서 치료 잘해. 그래서 통일이 되면 건강하게 만나자. 오늘은 이만 쓸게. 서울에서 친구 기문이가.”
최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해 기문이가 한 첫마디는 ‘통일이 됐으면 북쪽의 친구들이 치료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을 텐데…’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읽은 편지는 이군이 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군의 학원수업이 늦게 끝난 탓에 방송시간에 맞추느라 최씨가 아들의 ‘구술’을 받아서 정리했다는 설명이었다. 이군이 녹음한 편지는 2일 오후 8시에 방송됐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민간단체 용천 지원현황 | 민간단체 | 지원 현황 |
| 북한용천역폭발사고피해동포돕기운동본부 | 의약품과 긴급구호물품, 성금 등 100억원 상당 |
| 북녘용천에 새 희망을 범국민캠페인본부 | 의약품, 발전기 등 2억원 상당 성금 접수(약 1억5000만원) |
| 용천동포돕기 범국민운동본부 | 신발류 3000만원 상당 (지원 예정) 성금 모금해 적십자사 전달 예정 |
| 월드비전 한국 | 담요, 식량 등 2억5000만원 상당 성금(약 2억5000만원) |
| 한민족복지재단 | 의약품, 아동복 등 13억원 상당 |
| 선한사람들 | 모포, 의약품, 등 5000만원 상당 |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 의약품, 식료품, 담요 등. 성금 접수(약 5000만원) |
| 전국재해구호협회 | 응급구호세트, 시멘트 등 구호품 10억원 상당 |
|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 의약품, 생필품 등 지원.성금 접수(약 4000만원) |
| 용천 돕기 여성행동 | 13일까지 모금 캠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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