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3000만원은 표시도 안났다”…전재용씨 1심 공판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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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차남 이외의 다른 사람 결혼식에도 축의금으로 3000만원을 낸 적이 있나.”(검사)

“우리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성의를 표시해서는 표시도 나지 않을 것 같았고 오히려 부족한 것 같은 감이 있었다.”(전두환씨의 형 기환씨의 사돈 배모씨)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재용(全在庸·사진)씨에 대해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문석·金紋奭) 심리로 열린 1심 재판에서 검찰과 재용씨측 증인들은 재용씨의 결혼축의금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검찰은 재용씨가 관리한 괴자금 167억원 가운데 73억5000만원이 전씨 비자금 계좌에서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재용씨는 “축의금으로 받은 20억원을 외조부인 고 이규동(李圭東)씨에게 맡긴 뒤 돌려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창석씨와 배씨, 전모씨(전 완산 전씨 종친회 부산지부 부회장)는 “87년 청와대에서 열린 재용씨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으로 각각 5000만원, 3000만원, 4000만원을 이규동씨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특히 전두환씨의 장인인 이규동씨의 아들인 이창석씨는 “재용이의 결혼식 이후 기업인과 대학총장, 국회의원 등이 아버지 집에 들러 축의금 봉투를 놓고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결혼식 직후인 88년 1월 아버지로부터 ‘재용이가 축의금을 맡겼는데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오면 한 밑천 만들어주어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검찰은 이창석씨를 상대로 “모 증권사의 이씨 계좌를 조사한 결과 2002년 전씨 비자금 10억원이 입금됐으며 30억원가량의 ‘묻지마 채권’(무기명 채권을 가리키는 듯)도 있었다”며 돈의 출처를 캐물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그건 모두 내 돈이며 당시 관리한 채권이 50억원 정도에 이른다”고 부인했다. 다음 재판은 5월 12일 오후 2시반.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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