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한국에 시집온 대만인 린진이씨

  • 입력 2004년 4월 25일 19시 34분


코멘트
“한국전통음식의 우수성을 대만에 널리 알려 가장 사랑받는 음식으로 만들겠습니다.”

대만인으로 한국에 시집 온 지 3년째 접어든 린진이(林靜儀·여·29)씨는 한국음식에 애착이 대단한 외국인으로 소문나 있다.

그가 한국전통음식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중 남편인 홍승택씨(30·인천 남구 숭의동)를 만나면서다.

영국에서 홍씨와 데이트를 하면서 한국음식을 처음 먹어본 그는 2001년 11월 한국에 시집 온 뒤 한국전통음식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시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요리학원을 다녔어요. 그러다 한국전통음식과 대만음식를 비교하게 되고 한국음식의 우수성에 매료됐지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린씨는 “한국음식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가 많이 들어가 있다”며 “선조들이 건강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체계적으로 한국전통음식을 배우려면 인천여성복지관을 찾아가보라는 학원 강사의 말을 듣고 폐백, 이바지 등 한국전통음식을 배울 수 있는 강좌에 등록했다.

한국말이 서툰 그는 녹음기를 준비해 강의 내용을 녹음한 뒤 남편과 함께 음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어 봤다.

외국인이 한국음식을 배우겠다며 열의를 보이자 여성복지관 강사와 함께 수업을 받던 동료들도 그를 성심껏 도왔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그는 냉면 영양돌솥밥 잡채 부침 북어구이 홍어찜 식해 떡 죽 등 100여 가지의 한국음식을 척척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그가 만든 음식을 먹어 본 시부모와 동네 주민들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린씨의 친정부모도 그가 만든 한국전통음식에 매료됐을 정도.

그는 올해 고민 끝에 큰 결심을 했다. 대만에 한국음식을 알리고 보급하기로 한 것.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 홍씨도 아내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최근 직장을 그만 뒀다.

외식산업이 발달한 대만에 일본 이탈리아 인도 등 각국의 음식점은 있지만 한국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늘 아쉬웠기 때문.

25일 남편과 함께 대만 타이종(臺中)시로 떠난 린씨는 100평 규모로 한국전통음식백화점을 열고 한국음식을 대만에 소개하기로 했다.

그는 “5년간 대만에 한국전통 음식을 널리 알린 뒤 돌아오겠다”며 “기름에 볶고 튀기고, 향신료가 많이 쓰는 대만 음식보다 음식 재료의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한국음식은 대만에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