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원내진출 반응]민주노총 목소리 더 커질듯

  • 입력 2004년 4월 15일 17시 58분


사실상 민주노총의 정치조직인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국회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노동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었으나 앞으로 민주노총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제도정치권에 발판을 마련한 민주노총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정책을 주도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재계(財界)와 첨예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둘러싸고 올해 임단협과 춘투(春鬪)가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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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제3의 길 가나=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15일 “민노당의 원내 진입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대결의 시작이다”면서 “국회에서의 제도개선 투쟁이 민주노총 활동의 주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총파업과 거리투쟁보다는 원내 정책투쟁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다. 온건개혁파인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정례 대화를 제안한 것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독자 노선을 선언하는 등 노동현장에서 강경 투쟁을 거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도 커졌다”며 “노동현장의 요구가 정치권에서 직접 걸러지면 노사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경파인 금속연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민주노총이 온건노선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이 강경노선을 걷든 온건노선을 걷든 재계와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가 급변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노사관계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요동칠 노동계=이번 총선으로 민주노총은 세력 확장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지만 한국노총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노총도 녹색사민당을 만들어 이번 총선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 내부에서 지도부 인책론 등이 불거질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의 참여를 거부해 온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할지도 관심거리다. 만약 민주노총이 복귀해 노사정위에서 위상이 급속히 커지고 이에 따라 양 노총이 선명성 경쟁에 나선다면 노사정 관계가 크게 악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준모 숭실대 교수는 “양대 노총의 선명성 경쟁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헤게모니 쟁탈전이 거세질 경우 노사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고민=재계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빅딜’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노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와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권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은 정부가 노동계의 입김이 거세지면 경제활성화를 위해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관측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노사정위 관계자는 “그 같은 극약처방은 어렵다”면서 “정부가 공무원노조 합법화나 비정규직 문제 등을 양보하는 대신 임금인상 제한과 노사 무분규 등을 요구하는 방안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노당을 등에 업은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면서 동시에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노총과 재계를 달래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서게 됐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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